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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저소득 아동 급식 끊겼다…일용직 확진되면 생계 막막

중앙일보 2020.02.27 21:40 종합 4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26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 골목에 마스크 지급 안내와 함께 의료봉사 취소 공지가 붙어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26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 골목에 마스크 지급 안내와 함께 의료봉사 취소 공지가 붙어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취약 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자 수가 급증할수록 이들에게 드리워진 그늘은 짙어진다. 주변의 관심은 갈수록 옅어진다. 질병에 더 빨리 내몰리거나 스러진다. 감염 후 생각지도 못한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취약계층의 눈물, 코로나의 그늘
노인,장애인,아동 등 소외 커져

①시설 장애인·노인 집단감염, 사망도 많아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다인실. [사진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다인실. [사진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코로나 사태는 정신장애인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 102명 중 100명이 감염됐다. 전체 사망자 13명 중 7명이 이들에게서 나왔다. 대개 10년 이상 장기 입원 하다 보니 영양이 부족하고, 감염 관리도 부실했다. 가족과 연이 끊긴 무연고자나 기초생활수급자(의료급여)가 많다.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흔했다.
 
국내 첫 사망자인 A씨(63)가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숨진 그는 장례식 없이 화장됐다. 20년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그는 42kg 저체중이었다.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장기입원으로 바깥세상과 격리된 환자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세상 구경도 못 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성명서를 냈다.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사회로 전파되면서 무직자·간병인·요양보호사 등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노인 시설도 집단 감염에 노출됐다. 경북 칠곡의 중증장애인시설 밀알사랑의집에선 23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예천 극락마을, 청도 다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도 피해 가지 못했다. 대구의 요양원에 있던 89세, 94세 노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에선 아시아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됐다.
 
꼼짝없이 시설에 갇힌 노인과 장애인은 다른 격리 대상보다 열악하다. 언제든 대량 감염과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 의료기관보다 주목도도 떨어진다. 장애인 단체들은 "시설 입소자는 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시설 격리 방식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대구 지역에 긴급지원한 위기 아동 지원 박스 내 구성품. 마스크와 손세정제, 각종 식품 등이 포함됐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대구 지역에 긴급지원한 위기 아동 지원 박스 내 구성품. 마스크와 손세정제, 각종 식품 등이 포함됐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②마스크는 사치, 밥 굶는 저소득 아동들

한부모·저소득층 아이들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구에 사는 10살 이연우양(가명)은 세 살 터울 동생과 집에 머무른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외출 시 쓸 마스크도 없다. 이양의 집은 저소득 맞벌이 가정이다. 아빠는 회사 기숙사에서 지낸다. 엄마는 오전 9시~오후 9시 일한다. 그런데 학교 개학은 연기됐고, 지역아동센터도 다음 달 6일까지 문을 닫는다. 점심과 저녁을 해결해주던 급식이 사라졌다. 동생이 가던 어린이집도 휴원했다. 밤늦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끼니 챙기기가 어렵다.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때가 있지만, 눈치가 보인다.
 
아동 지원 기관이 문을 닫고 있다. 아이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아예 밥을 굶기도 한다. 대구의 한 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아이들끼리만 집에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이다. 센터가 문을 닫아서 마스크를 몇 개 못 준데다 영양 불균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같은 NGO(비정부기구)가 긴급 키트 지원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대구 지역에 긴급지원한 아동 지원 박스를 재단 직원이 옮기고 있다. 재단은 1차적으로 박스 650개를 지원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대구 지역에 긴급지원한 아동 지원 박스를 재단 직원이 옮기고 있다. 재단은 1차적으로 박스 650개를 지원했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소규모로 아이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도 사정이 어렵다. 마스크·손세정제가 늘 부족하다. 그나마 지원받는 마스크도 대부분 어른용이다. 아이들에 맞는 제품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준섭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정책팀장은 "전국 그룹홈에 마스크 10만개 이상 필요한데 이제 6만개 구했다. 미취학이나 초등생도 많은데 지자체에서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구 그룹홈 아이들은 자가격리나 마찬가지다. 10일 넘게 바깥 구경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스크는 최대한 아껴 쓴다고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던 후원마저 급감했다. 접촉 자체를 꺼리니 온정의 손길이 끊겼다. 서울 시내 아동센터 관계자는 "후원자들이 시설에 오는 걸 꺼려서 후원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손소독제는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고 했다. 조윤영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아동 시설은 위생 문제로 천마스크를 빨아 쓸 수도 없다. 자원봉사자 방문이 끊기면서 생필품이 부족한 곳도 늘었다. 소외 아동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첫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가 상태가 호전돼 격리해제를 앞둔 중국 국적의 1번 환자가 6일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첫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가 상태가 호전돼 격리해제를 앞둔 중국 국적의 1번 환자가 6일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③'가해자' 된 환자들, 2차 피해에 또 운다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들은 가장 큰 피해자다. 완치될 때까지 맘 졸이며 치료받아야 하고, 가족·지인들도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격리된다. 일용직 같은 이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정부의 긴급 생계비 지원이 있지만 그리 넉넉지 않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비난의 중심에 선다. 민감한 이동 경로는 물론이고 국적, 종교까지 문제가 된다. 인천의료원에서 퇴원한 뒤 중국 우한으로 돌아간 1번 환자에 대해선 "치료비를 뱉어내고 가라"는 댓글이 도배됐다. 강남·일산을 방문한 3번 환자,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 등에게도 기사마다 악플이 쏟아진다. 3번 환자는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다.
 
28번 환자는 3번과 관련한 루머에 상처받았다. 이 환자를 치료한 명지병원 관계자는 "개인적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가 떠돈 것에 정말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를 손가락질하지 말고 망설임 없이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전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코로나19’국내 확진자 일별 신규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국내 확진자 일별 신규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러다 보니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도 위축되곤 한다. 격리 환자를 치료한 병원 간호사는 "주변에서 알아볼 수 있으니 이름을 쓰지 말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혹여 고위험군이란 '주홍글씨'가 덧씌워질까 걱정해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환자도 결국 희생자다. 성급하게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도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환자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줬을 때 확진 사실을 숨기지 않게 되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종훈·이우림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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