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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추징법’ 합헌…“철저 환수, 공직사회 부정부패 근원 제거”

중앙일보 2020.02.27 18:38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 조항은 공무원범죄로 얻은 불법재산을 철저하게 환수해 공직사회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헌법재판소가 27일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공무원 범죄 몰수법) 제9조의2에 대해 6:3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2013년 7월 처음 만들어진 이 조항은 2015년 서울고법에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재에 제청한 지 5년 만에 합헌 판단을 받았다. 이날 헌재 판단에 따라 멈춰있던 전두환(89) 전 대통령 재산 추징과 관련한 다수의 소송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땅 압류에 “관련 땅인지 몰랐다” 주장한 박씨

2011년 박모(57)씨는서울 한남동의 땅을 샀다. 땅을 판 사람은 이재홍(64)씨로 전 전 대통령의 조카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61)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한남동 땅이 ‘재국씨가 아버지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자산으로 이씨 명의를 빌려 산 땅인데 박씨가 이를 알면서도 땅을 샀다’고 보고 2013년 박씨의 땅을 압류했다. 그해 7월 신설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이 조항은 제3자가 범인의 불법재산임을 알고 이를 산 경우 제3자의 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박씨는 “전 전 대통령 관련 땅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 그리고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2015년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결정했다. 당시 법원은 제3자의 재산을 추징하면서 사전에 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적법절차가 보장되지 않았고, 조항이 제3자의 재산권을 과다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불법 재산 환수, 공직 부패 제거 중대 의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법률심판사건 및 헌법소원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이날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제3자 재산추징 관련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법률심판사건 및 헌법소원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이날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제3자 재산추징 관련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뉴스1]

5년만에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놨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의 의견이다. 먼저 헌재는 빠르고 밀행적으로 이뤄지는 추징의 특성상 사전 고지 절차가 없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제3자의 재산을 추징해야 하는데 먼저 통지하거나 의견 제출 기회를 주면 그 사람이 불법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려 추징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집행된 추징에 대해 당사자가 법원에 이의 신청을 내 다툴 수 있으므로 아예 절차가 없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3자에 대한 과다한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제3자가 재산권을 제한당하는 측면은 있지만 이보다 불법재산을 환수해 얻을 공익이 훨씬 크다는 판단이다. 공무원이 부패범죄로 불법재산을 쌓았다면 추적이나 환수를 피하려고 제3자 명의로 위장해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같은 현행법만으로는 제3자에게 넘어가 있는 불법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가 없다. 헌재는 “현행법상 다른 절차만으로는 범인이 사정을 잘 아는 제3자에게 불법 재산을 넘기는 위법상태를 바로잡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며 이 조항이 필요한 이유를 판결문에 담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은 헌재에서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 분류됐었는데, 여론을 의식한 결론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추징을 검사의 재량에 맡기고, 사후적으로 다퉈보라는 건데 추징당하는 제3자는 '몰랐다'를 입증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반대의견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이 조항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은 제3자에 대한 재산 추징이 이뤄지기 전 사전고지가 없는 점, 청문 절차가 없는 점을 문제로 봤다. 특히 이 조항 문구에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이라는 부분을 짚었다. 조항에는 제3자가 그 정황을 ‘알았어야 한다’는 주관적 요건이 포함돼 있고, 이를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검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추징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추징보전절차’ 같은예방 절차도 없이 추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제3자 재산권에 대한 제한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법에서 말하는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은 광범위하고, 불법재산과 그렇지 않은 재산이 복합적으로 있다면 이를 어떻게 정확하게 구분할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판단했다. 한편으로는 ‘혹시 모를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선의의 제3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짚었다. 진짜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샀다가 추징당하는 경우 말이다.  
 

5년만의 결론, 멈춰있는 전 전 대통령 재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연합뉴스]

헌재가 이날 결론을 낸 만큼 멈춰있는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재판도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전 전 대통령측은 서울고법과 서울행정법원에서 연희동 자택의 공매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고법 사건은 전 전 대통령측이 지난해 4월 위헌제청 신청을 한 뒤 멈춘 상태다. 서울행정법원도 “헌재 결론을 보고 재판을 재개하겠다”고 고지했다. 
 
전 전 대통령의 소송을 대리하는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연희동 사저는 불법재산에서 유래된 게 아니니 추징 대상이 아니라는 게 주된 입장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에 따라 앞으로 재판이 열릴 텐데, 사저가 불법재산에서 유래된 것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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