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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신화' 하이디라오, 코로나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중앙일보 2020.02.27 17:27
코로나19 공포로 거리가 텅 비었다. 외부 출입을 꺼리면서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호흡기로 전염되는 질환인 만큼 요식업은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사태의 발원지 중국의 경우, 요식업체의 80%가 코로나 발생 이후 약 100%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지금 한국도 지난주를 기점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사스 때 위기 극복 모범 사례 꼽히는 기업
안심 배달, 비접촉 전달 방식으로 코로나 대응 중

우리보다 먼저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중국은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하고 있을까. 중국 대표 요식업체 하이디라오(海底捞)의 상황을 참고할만하다. 하이디라오는 2003년 사스를 잘 극복한 요식업 사례로도 자주 거론된다.
 
[사진 제멘]

[사진 제멘]

중국 훠궈(火锅 중국식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는 코로나 확산 후 당초 7일이었던 춘제(중국 음력 설) 연휴를 연장해 무려 20일 만에 영업을 개시했다.
 
다만 배달 서비스에 한했고, 매장 영업은 아직 개시하지 않았다. 하이디라오는 “안심 배달”을 내세우며, 식자재 가공부터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을 도입했다.
[출처 텅쉰왕]

[출처 텅쉰왕]

 

1. '안심 배달'

 
하이디라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임직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1) 출근 전 소속 직원 체온 측정,  
 
2) 매장 내 설비 소독 강화,  
 
3) 오토바이 및 헬멧 알코올 분사 소독,  
 
4) 마스크 및 보호 안경 착용,  
 
5) 상시 손 세정 및 소독,  
 
6) 배달 가방에 ‘안심 카드’ 부착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이 가운데 ‘안심카드’ 말그대로 ‘고객의 안심’을 위한 카드다. 상단에는 재료 준비부터 배송을 담당한 직원들의 체온 측정 결과가 표기돼 있으며, 하단에는 모든 도구는 소독하여 사용했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하이디라오의 약속 문구가 담겨있다.
하이디라오 '안심 카드' [사진 텅쉰왕]

하이디라오 '안심 카드' [사진 텅쉰왕]

 

2. 무접촉 배달

 
'코로나 특수'로 배달 서비스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만, 공포는 여전하다. 고객은 생판 모르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배달 직원은 직원대로 혹시라도 감염자와 접촉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디라오는 '무접촉 배달' 방식을 도입했다.  
 
배달 직원은 고객과 약속한 장소에 배달 음식을 놓고 알코올로 음식이 담긴 가방 외부를 소독하며, 고객이 보는 앞에서 배달가방을 봉인했던 라벨을 개봉해준다. 그런 다음 고객과 1-2m이상 떨어져 거리를 유지한다. 이 때, 고객은 무료로 제공된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여 음식을 수령하기 때문에 직접 포장 용기에 접촉할 필요가 없다.
[출처 텅쉰왕]

[출처 텅쉰왕]

 
이렇듯 접촉 없이 배송하는 방식은 하이디라오뿐만 아니라 KFC, 피자헛 등 여러 식음료 프랜차이즈에서 도입해서 시행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가 새로운 배달 문화를 파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일부 택배업체들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비대면 배송' 방식(정해진 장소에 놓고 가는 것)과 다른 점은, 고객이 직접 보는 앞에서 소독한 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는 혹시라도 전달 과정을 통해 생길 수 있는 제3의 감염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출 8700억 원 손실 예상, 그런데 주가는 반등?

 
중국 요리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78%의 요식업체가 100%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손실이 70% 이하인 곳은 단 5%에 그쳤다.
 
하이디라오도 예외는 아니다. 중신젠터우(中信建投)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하이디라오의 매출 손실은 약 50억 위안(약 8650억 원)에 이를 것"이라 관측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 가맹점을 늘리면서 상승세를 타던 하이디라오로서는 큰 장벽을 만난 것이다.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하지만, 다른 요식업체와 달리 하이디라오는 자금 문제에서 자유롭다.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6월 30일 기준 하이디라오의 여유 자금이 30억 위안(약  51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고려할 때, 하이디라오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3개월 이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상장사로서 은행 대출 혹은 자금 조달을 통해 자금 압박을 해소할 여지도 있다.
 
자본 시장에서도 하이디라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듯 하다. 중국에서 코로나 발생을 공식화한 12월 말 이후에는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지에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1월 말 저점을 찍은 뒤, 2월 초를 기점으로 주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1월 24일, 하이디라오의 주가는 주당 29.7홍콩달러였으나, 지난 2월 17일 32.7홍콩달러로 상승했다. (2/25 마감가: 32.4홍콩달러)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물론 하이디라오 역시 코로나 사태의 피해자임은 분명하다.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실적 기준, 전체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그친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개시하지 않는 이상 하이디라오의 손실은 메워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하이디라오가 배달 서비스를 먼저 개시한 원인을 현지 매체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1. 서비스로 명성을 얻은 하이디라오는 고객의 수요를 어떻게 해서든 만족시키려 할 것이다.
 
2. 브랜드 존재감을 내세우고, 이미지를 제고한다.
 
3. 전체 매출 대비 배달 비중을 높인다.
 
앞서 언급했듯, 하이디라오는 동종업계 샤부샤부(呷哺呷哺)와 함께 2003년 사스를 거치며 되려 주목받은 요식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샤부샤부는 ‘1인 훠궈’로 사스 특수를 누렸고, 하이디라오는 ‘사스 사태 속에도 훠궈를 배달해주는 기업’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두 업체의 공통점은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이었던 훠궈를 사스 감염 위험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해줬다는 점에 있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 요식업계에서 ‘1인 훠궈’와 '배달 훠궈'는 낯선 개념이었다.
 
‘섬세한 서비스’로 승승장구해온 하이디라오가 이번 코로나 사태 역시 자신의 장기인 ‘서비스’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궁금해진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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