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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달라요…中 외교부 대변인의 ‘입국제한’ 발언

중앙일보 2020.02.27 11:54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에 대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에 대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유감스럽게도 미국 등 방역 능력이 강하고 방역 시설이 앞선 선진국이 솔선해서 과도한 제한 조처를 하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건의와 배치된다.”

미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은 “과도”
한국인 입국 제한은 “필요한 조치”
“방역 조치 강화” 왕래 차단 시사도

지난 2월 3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금은 중국에서 쫓겨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에게 한 말이다. 화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진 온라인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데 대해 분노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23일이 흐른 어제(26일) 정상적으로 이뤄진 브리핑에서 자오리젠(趙立堅) 신임 대변인은 한국인에 대한 중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전염병은 국경이 없다”며 “최근 일부 국가가 전염병 예방을 강화하면서 인원 출입국에 일련의 필요한 조처를 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주요 출발점은 크게 본국과 외국 국민의 신체 건강과 생명안전을 지키고 지역과 전 세계 공공 위생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해명도 덧붙였다.
‘과도한’ 조치라고 비난했던 미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이십 여일 만에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은 ‘필요한’ 조치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 제한 조치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으로 대응했다.
지난 3일 화춘잉 대변인의 발언 전문을 살펴보자.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참여한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브리핑에서 중국 중앙(CC)-TV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최근 개별 국가가 연이어 중국 국민의 입국 제한 조처를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여행 위험 최고 등급으로 격상할 예정이다. 2일부터는 지난 14일 안에 중국을 여행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 입장은 무엇인가?"
지난 3일 미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과도하다고 비난한 중국 외교부의 온라인 정례 브리핑. [웨이신 캡처]

지난 3일 미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과도하다고 비난한 중국 외교부의 온라인 정례 브리핑. [웨이신 캡처]

화 대변인의 답변이 재빨리 올라왔다. 이미 타이핑을 해 놓은 듯 오타 한자 없는 정제된 답변이었다. “전염병 발생 이후 중국 정부는 줄곧 인민의 건강에 고도로 책임을 지는 태도로 전면적이고 가장 엄격한 방어 조처를 했다. 많은 조치가 ‘국제보건조례’의 요구를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전염병 대응의 새로운 표준을 세웠다”고 칭찬했다. 테드로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국제적으로 주목해야 할 공공위생 돌발사건”의 원인이라고 선포했지 중국을 불신임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대로 세계보건기구는 중국이 전염병을 통제할 능력과 믿음을 갖고 있으며 불필요한 국제 여행 제한 조처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염병에 대응해 절대다수 국가는 중국의 전염병 대항 조치에 칭찬과 지지를 표시했다. 최근 중국 국민의 입국에 검역 강화 등의 조처를 하면서 중국에 이해와 존중을 표시했다. 이와 동시에 일련의 국가, 특히 미국은 중국의 전염병에 과격한 반응을 내놓고 과도한 조처를 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건의와 분명히 배치된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에 어떤 실질적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 도리어 처음으로 우한(武漢)에서 영사 인원을 철수했다. 처음으로 중국 국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선포했다. 끊임없이 공포를 제조하고 확산하며 나쁜 사례를 퍼뜨리고 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는 모두 미국 정부의 조치에 의문을 표시하며 “미국 정부가 중국에 취한 제한 조치는 세계보건기구와 배치된다. 미국은 지금 과도한 자신감을 공포와 과잉대응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14일간 중국을 여행한 외국인 입국 금지 등 조치는 시민권 침해 혐의가 있다. 또 진정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리스크를 낮출 수 없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최근 보고에서 미국은 2019~2020년 독감으로 이미 1900만 명이 감염됐고 적어도 1만명이 사망했다. 2월 2일까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 361명, 치유 475건이다. 미국에는 단지 11건의 확진자만 발생했다. 이 숫자의 대비는 깊이 생각하게 한다. 캐나다 보건부장은 명확하게 캐나다는 미국을 따라 중국인 및 과거 중국을 경유한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겠다며 입국 금지는 근거가 없고 불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행위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우리는 관련 국가가 이성, 냉정, 과학적 판단으로 대응하길 희망한다. 중국은 계속해서 공개, 투명, 고도로 책임지는 태도로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사회와 협력을 계속하길 희망한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전쟁에서 승리할 믿음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
이날 화 대변인의 또 다른 발언은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초래했다. 미국 NBC 기자에게 한 “1월 3일부터 모두 30차례 미국에 전염병 정보와 방역 조치를 통보했다”는 발언이다. 중국 당국은 1월 20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시 전까지 “사람 대 사람 감염은 없고,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며 허위 보도로 일관했다. 네티즌들은 “화 대변인의 발언은 자국민과 미국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음을 실토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의 발언 전문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그는 외신 기자의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일본과 한국인의 입경 제한조처를 하면서 중국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은 우려를 표시한 데 대한 중국 측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장황한 답변을 이어갔다. 다음은 자오 대변인의 답변 전문이다. “지금은 중·일·한 세 나라가 온 힘을 다해 전염병과 싸우는 중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한국, 일본 내 전염병에 동질감을 느낀다. 한국과 일본 국민에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전염병 발생 이래 한국, 일본 양국 정부와 사회 각계는 중국에 큰 힘을 지지와 도움을 줬다. 우리는 이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중국은 복숭아 선물에 자두로 답례하듯(投桃報李·투도보리) 중국의 전염병과 싸우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해 공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 우리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제공하길 바란다. 우리는 중·일·한이 손잡고 전염병과 싸운 노력이 반드시 우의와 협력의 심화로 바뀌는 거대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전염병은 국경이 없다. 최근 일부 국가가 전염병 예방을 강화하면서 국민의 출입국에 필요한 조처를 했다. 주된 출발점은 크게 본국과 외국 국민의 신체 건강과 생명안전을 지키고 지역과 전 세계 공공 위생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이 조치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며 적절해야 하며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의 전염병 예방의 중요한 경험의 하나는 나가는 문을 줄이고, 여럿이 모이지 않아 최대한 교차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연합 방역을 전개하고, 국경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여행은 줄이길 희망한다.”
중국이 국경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여행 금지 조처를 내릴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만리장성을 쌓는 쪽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다. 지난해 10월 24일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중국 공산당은 계속해서 진정한 개방을 거부하거나 글로벌 규범을 따르기를 거부하는 듯이 보인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장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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