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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격리 거부…메르스 판결보면 유죄 못 피한다

중앙일보 2020.02.27 11:00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의료진들이 26일 코로나 확진자 진료를 앞두고 개인보호구(레벨 D) 착용 실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의료진들이 26일 코로나 확진자 진료를 앞두고 개인보호구(레벨 D) 착용 실습을 하고 있다. [뉴스1]

"피고인의 범행이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점은 양형에 불리한 정황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자가격리를 거부한 메르스 환자 접촉자들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며 밝힌 공통적 양형 사유다. 2015년과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대전지방법원은 자가격리를 거부해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메르스 판결, 코로나 재판에 기준 될까 

이 판결문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격리 대상자가 된 시민들이 참고할 법적 처벌기준과 '격리 중 불가피한 외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제시돼 있다. 두 사건 모두 2심에서 종결돼 향후 코로나 재판의 중요한 판례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26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26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각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억울한 사정을 제시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현행법률상 법정 최고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격리 전 교통사고로 진료 필요성을 주장한 A씨는 벌금을 100만원으로 낮춰줬다. 또 심신 장애와 노모 감염 가능성을 주장한 B씨에겐 형의 선고를 유예(선고유예)했다. 두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했지만 "감염병의 유행을 방지하고 적절히 관리해 유지할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될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죄 선고는 이어갔다.
 

격리 전 교통사고를 당한 A씨 사례

A씨는 2015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됐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진료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를 제외하곤 자가격리 대상자는 지정된 장소를 이탈하지 못한다. 
 
A씨는 그러나 격리된 지 열흘만에 격리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상해를 치료하러 두 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관에 의해 자택으로 호송된 A씨는 이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자택에서 이탈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교통사고와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법이 허용한 '진료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외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로 무죄를 주장했다.
 
26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6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불가피한 외출' 기준 제시한 법원  

1·2심 재판부는 A씨의 증상에 대해 "담당 의사가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아플 땐 진통제를 먹으라'고 진단했다"며 "감염병이 유행할 위험을 무릅쓰고 자가를 이탈해 응급진료를 받을 필요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이 이동시 감염병의 유행을 방지할 적절한 방역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가격리자가 외출할 수 있는 경우는 '격리의 이유가 된 감염병에 걸리거나 즉시 응급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걸린 경우로 한정한다'는 격리지 이탈 기준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단 이때도 보건당국은 격리 대상자에겐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심 법원은 A씨가 메르스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점, 격리 전 교통사고를 당한 점을 참작해 벌금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고령의 노모와 격리된 B씨의 사례

B씨도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격리 기간 중 이틀간 격리 장소를 무단 이탈해 재판에 넘겨졌다. B씨의 변호인은 격리 장소로 지정된 자가에 B씨의 노모가 거주해 B씨가 감염 위험을 우려한 점, B씨에게 일부 심신 장애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뉴스1]

1심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B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B씨가 자가를 격리지로 지정하는데 동의했고 심신 장애가 있더라도 의사결정 능력은 충분했다며 원심과 유사한 판단을 했다. 
 
다만 B씨가 메르스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점, B씨가 노모 감염을 우려해 격리지 지정시 자가가 아닌 감염병 관리시설을 우선 희망했다는 점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해줬다. 선고유예는 유죄 선고로 간주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해 일정 기한이 지나면 벌금은 면해주는 판결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격리장소를 자가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직접 서명한 동의서에 주목했다. 
 
국회는 코로나19 사태가 격화되자 26일 증상 의심자나 자가격리 대상자가 진단 또는 자가격리를 거부할시 '최대 징역 1년,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등 코로나 3법을 의결했다. 벌칙 조항이 대폭 상향된 것이다. 국회는 또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앞당겨달라는 정부 요청에 따라 일부 감염대책 관련 조항의 시행시기를 법안 공포 후 6개월에서 '공포 후 즉시'로, 처벌과 관련한 벌칙 조항은 '공포 후 1개월'로 앞당겼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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