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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치과 치료, 어른보다 공 들여야 하는 이유 다섯 개

중앙일보 2020.02.27 11:00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13)

 
일반적으로 살아가면서 가기 싫어하는 곳이 경찰서와 법원, 그리고 병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병원 중에서도 유독 더 가기 꺼리고 싫어하는 곳은 다름 아닌 치과입니다. 실은 저도 치과 의자에 누워서 치료받을 상상을 하면 싫습니다.
 
그런데 왜 치과에 갈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까요. 마취주사, 드릴 돌아가는 소리, 이를 갈 때 느끼는 진동, 몸을 오그라지게 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시린 느낌, 치과 특유의 소독약 냄새, 남에게 입 안을 벌려서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 누워서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몸을 맡겨야 한다는 점 등이 있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치과 치료비용이 과하다는 생각, 그조차도 치과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드는 불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변화가 많은 성장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치아의 건강관리뿐 아니라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우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사진 pxhere]

 
치과 중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소아치과에서는 치과마다 치료계획이 달라 그런 현상이 더욱 많이 발생해 보호자가 곤혹스러울 때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한 병원에서도 같은 상태의 이상인데도 치료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두세 가지 방법 중에 선택 할 때가 많다 보니 어떤 치료 방법을 쓸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만일 이 아이가 선생님 아이이면 어떻게 치료하시겠어요?”라고. 그런데 이 질문은 치료방법 선택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치과의사의 아이와 자녀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하는 구강관리 방법이 다르고, 먹는 음식의 종류도 다를 것이며, 만일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집에서 돌봐줄 수 있을 가능성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과잉진료의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어린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변화가 많은 성장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치아의 건강관리뿐 아니라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우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어린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구강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의 상태뿐 아니라 앞으로의 예방계획을 세우는 것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성인의 정적인 진단과정과는 달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은 성장·발육에 따라 생기는 동적이며 더 복잡한 상태까지 고려해 이뤄집니다. 천차만별인 어린이의 치과에 대한 공포반응의 변수까지 더해져서 치료의 경우의 수가 많아집니다. 소아치과의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 시에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된다는 것을 알면 도움이 됩니다.
 
당장의 눈앞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또 생길 수 있는 질병 발생을 막는 것도 무게가 실려야 합니다. 성인보다 어린이는 치아우식증, 부정교합 등의 양상이 더욱 쉽게 시작됩니다. [사진 pixabay]

당장의 눈앞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또 생길 수 있는 질병 발생을 막는 것도 무게가 실려야 합니다. 성인보다 어린이는 치아우식증, 부정교합 등의 양상이 더욱 쉽게 시작됩니다. [사진 pixabay]

 
첫째, 아이는 성인과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성장하면서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며, 정신적으로는 계속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극에 매우 예민합니다.
 
둘째, 의료진이 치과 치료를 시도할 때 아이가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거부반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치료계획에 어린이의 행동조절법도 포함돼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당장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아이가 치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연습만을 하러 내원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셋째, 당장의 눈앞의 치료도 그렇지만 앞으로 또 생길 수 있는 질병 발생을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인보다 어린이는 치아우식증, 부정교합 등의 양상이 더욱 쉽게 시작됩니다. 여러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예방적 관리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소아치과 환자의 경우 소통의 통로가 다릅니다. 환자와 치과의사 간의 이원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호자를 포함한 삼각관계이므로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 과정에서 보호자의 의견도 반영돼야 합니다. 즉, 치료에 대한 상담이 아이와 직접 진행되지 않고 보호자를 통해서, 또는 보호자와만 행해지기 때문에 아이의 의사를 묻고 확인하는 과정이 간과되지 않아야 합니다.
 
다섯째, 어린이는 항상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눈으로 보기에는 같은 정도의 질병 상태라고 판단되더라도 연령, 성장발육 정도, 정신 발달상태 등에 따라 치료계획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치과 치료계획은 치과에서 어떤 것을 더 중점으로 생각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고 소아치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단순히 현재의 질병 치료의 개념이 아니라 포괄치료의 개념으로 치료계획을 세운다면 아이와 치과 치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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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준 전승준 치과 의사 필진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 아이들에게 치과가 무서운 곳이 아닌 추억의 장소로 기억된다면...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치과에 첫 방문은 언제가 좋을까? 젓니는 썩어도 그냥 놔두면 되는 걸까? 때론 소란스럽고 역동적인 소아치과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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