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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없다" 쫓겨난 우한 주민, 가족에 코로나 옮길까 극단선택

중앙일보 2020.02.27 10:29

"우리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 가족을 정말 위하는 사람인데..우리 때문에 당신이 먹고 입는 것도 아까워하던 사람이에요."

CCTV에 찍힌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서는 우한 주민 양위안원의 뒷모습. 중국 온라인 캡처

CCTV에 찍힌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서는 우한 주민 양위안원의 뒷모습. 중국 온라인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치료와 지원을 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 금일신문(今日新闻)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한 우한 주민의 사연을 전했다. 우한의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제조업체 직원이었던 양위안윈(楊元運·51)은 지난 12일 발열, 호흡곤란 등의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다.
 
양씨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다. 병원마다 코로나19 환자들로 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발견된 양씨의 위챗에는 지역 요원과 대화한 내용도 있었다. 그는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몸 상태를 지역 요원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 하지만 지역 요원의 반응은 냉랭했다. "병상이 없다"며 "저는 당신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당신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미국의소리(VOA) 중국판은 24일 이 요원과 통화를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위안윈의 유서. 중국 홍성신문 캡처

양위안윈의 유서. 중국 홍성신문 캡처

 
결국 양씨는 자신의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지난 16일 유서를 남기고 집을 떠났다. 그는 유서에서 "내 시신을 의학 연구를 위해 기증해달라"며 "세상이 질병에 의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씨의 딸과 아내는 이날 오후 그의 유서를 발견했다. 양씨는 지갑, 휴대폰 그리고 신분증도 모두 갖고 가지 않았다. 양씨의 딸은 경찰에 바로 신고했고 집 근처 CCTV 영상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딸은 20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아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의 사진과 사연 등을 올렸다. 
 양위안윈의 딸이 올린 웨이보 게시글. 웨이보 캡처

양위안윈의 딸이 올린 웨이보 게시글. 웨이보 캡처

 
하지만 당국은 양씨를 찾는 가족을 돕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씨는 결국 21일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양씨의 딸은 이날 자신의 웨이보에 "경찰이 아버지를 찾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통지했다"며 "아버지가 목숨을 끊을 때 얼마나 절망하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버지, 춥지는 않았나요. 배가 고프지는 않았나요" 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양씨의 딸은 당국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모든 글과 사진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딸의 글과 CCTV에 찍힌 양씨의 뒷모습, 유서 사진 등을 공유하며 함께 애도했다. 23일 VOA는 양씨의 딸과 진행한 약 8분 짜리 전화 인터뷰를 공개했다.
 
24일 VOA는 "중국 공식 수치에 의하면 2월 22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 7만6936명, 누적 사망자수는 2442명이지만 양위안윈은 이 숫자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처럼 확진도 받지 않고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는 비정상적 사망자는 중국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라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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