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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다녔다면 출입금지”···출산 앞둔 산모들 막막

중앙일보 2020.02.27 06:00 종합 10면 지면보기
26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출입문에 '은평성모병원 방문객은 가까운 보건소로 가서 진료를 받길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 종이가 붙어 있다. 함민정 기자

26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출입문에 '은평성모병원 방문객은 가까운 보건소로 가서 진료를 받길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 종이가 붙어 있다. 함민정 기자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막막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한 서울 은평성모병원 산부인과에 다녔던 임산부들의 하소연이다. 은평성모병원에 다녔다는 이유로 다른 산부인과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거나, 몇 달 전 미리 예약해 둔 산후조리원에서 예약을 취소당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병원·산후조리원 안 받아줘
“국가가 안심병원 지정해 줘야”

 
은평성모병원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2월 1일부터 현재까지 은평성모병원 방문객은 가까운 보건소에 연락해 진료 안내를 받아달라'는 긴급 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속상한 사람들은 은평성모병원에 내원했던 환자들이다. 특히 당장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급하게 병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출산 예정이었던 A씨는 "급하게 병원을 이동해야 하는데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질 않아서 막막하다"는 글을 맘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은 임산부들은 "죄인도 아니고" "어쩌란 말인가요" 등 난색을 표했다. 
 
은평성모병원을 다니다가 26일 출산한 산모 B씨는 "다른 병원에서 은평성모병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두 차례 거부당했으나, 당장 아이가 나올 것 같아서 결국 마지막 병원에서 받아들여졌다"며 "병원 생활 뒤 입실하기로 한 한 산후조리원은 은평성모병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예약 취소 통보를 했다"고 토로했다.  
 
은평성모병원에 다녔던 임산부 C씨는 "다른 병원에 문의를 했는데 '은평성모병원에 다녔던 산모라면 마지막 방문일 기준으로 15일이 지난 이후에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은평성모병원도 출산 임박한 산모들에게 너무 책임감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고, 나라에서도 임산부에 관한 대책이나 언급이 하나도 없어 더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지침에 따를 뿐, 어쩔 수 없다"

다른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생아와 산모의 면역력 문제 때문에 위생에 극도로 예민하게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들어오기만 해도 건물 자체가 폐쇄되고 의료진이 격리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26일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있는 산부인과에 가 보니 세 곳 모두 은평성모병원에 방문했을 경우 신종코로나 검사 여부와 관계 없이 진료나 입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여성 전문 병원 관계자는 "출입 통제는 감염됐을지 스스로도 잘 모르니까 서로 조심하자는 차원"이라며 "병원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관계자는 "2월 1일부터라는 기간이 있었지만 신종코로나 잠복 시기 등을 잘 모르는 만큼 정부 발표가 변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기간에 상관없이 은평성모병원에 다녀왔던 분은 이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임산부 특히 신경 써야"    

26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정문에 '병문안 면회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함민정 기자

26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정문에 '병문안 면회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함민정 기자

임산부를 외면하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까 봐 병원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신생아와 산모의 위생이 최우선인 공간인 만큼 병원이 자체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산부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고들 했다. 한 임산부는 "당장 내가 있는 병원에 은평성모병원을 포함해 확진자가 나왔던 곳의 임산부가 온다고 하면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에 있는 한 산모도 "지금 신종코로나 때문에 남편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임산부나 다른 산모의 안타까움을 너무나 이해하긴 하지만 미안하게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관계자들은 "정부에서 임산부들을 따로 신경 써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악동에 있는 한 의원 관계자는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이 나서서 은평성모병원에 진료 이력이 있는 임산부들을 받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국가에서 안심병원을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임산부를 신경 써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민정·이후연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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