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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마법, 통합당 과반 유력" 이 분석에 비례민주당 논의 분출

중앙일보 2020.02.27 05: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와 최고위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와 최고위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4ㆍ15 총선, 연동형 마법으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과반이 유력하다’

최병천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17일 한 인터넷 매체에 실은 글 제목인데,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 사이에 화제가 되며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권 레임덕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당내 물밑에 있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불가피론이 수면 위로 분출된 것도 이때부터다.

 
해당 글에는 각 정당의 지역별 판세 등에 근거한 선거 예측이 담겨 있다. 정당 득표율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민주당 40%,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 40%, 정의당 15%, 국민의당 5%를 전제로 설정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20석, 비례대표 7석(병립형 17석X40%인 6.8석의 반올림)을 합쳐 127석으로 예상된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130석과 미래한국당이 거둔 비례대표 27석(연동형 20석+병립형 7석)을 합쳐 15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의당 예상 의석수는 지역구 2석에 비례대표 9석을 합쳐 11석이다. 최 전 보좌관은 26일 통화에서 “개정 선거법을 ‘자선사업 선거법’이라고 비꼬던데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병천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17일 한 인터넷 매체에 실은 글 ‘4ㆍ15 총선, 연동형 마법으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과반이 유력하다’의 한 대목. [인터넷 화면 캡처]

최병천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난 17일 한 인터넷 매체에 실은 글 ‘4ㆍ15 총선, 연동형 마법으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과반이 유력하다’의 한 대목. [인터넷 화면 캡처]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민주당 내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지표다. 뉴스1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24~25일 전국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3.9%, 미래통합당 17.6%, 정의당 6.2% 순이었다. 그런데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 28.8%, 미래한국당 17.8%, 정의당 10.6%로 적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비례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 대비 5.1%포인트 빠진 반면 정의당은 4.4%포인트 올랐다. 민주당 지지자 일부가 정당 투표에서 정의당으로 갈아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양상은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했다. 정당 지지도로는 민주당 36%, 미래통합당 23%, 정의당 7%였는데,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는 민주당 33%, 미래한국당 25%, 정의당 12%였다. 정당 지지도와 비교할 때 민주당만 3%포인트 깎였고 정의당 5%포인트, 미래통합당 2%포인트 상승효과를 거뒀다(※이상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찍어 사표 되느니 소수정당 더 많이 찍어주자는 식으로 빠져나가버리면 민주당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수가 6석도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미래한국당 등 정당별 득표율을 예상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미래한국당 등 정당별 득표율을 예상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양대 정당을 뺀 제3 개혁 정당의 지지도는 16대 총선 이후 꾸준히 10~15% 수준을 유지해온 흐름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정당 득표율 13.03%, 2012년 19대 총선 때 통합진보당 정당 득표율 10.3% 등이다. 이때문에 정의당 등 야당에선 “민주당 비례 의석 감소는 이미 예상돼 왔던 건데 이제 와 현실론을 얘기하는 건 비례 민주당을 만들려는 포석 아니냐”고 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비례 민주당 논의에 “민주정당이라면 절대 가선 안 될 일”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 실무 절차를 검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3월 26~27일로 잡힌 총선 후보등록 날짜를 감안할 때 3월 초 창당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청년당을 비례 민주당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있는데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의 공식 논의나 검토는 없다. 바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미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착수한 상황에서 외곽 위성정당과의 후보 교통정리 문제 등으로 현실성이 낮다는 얘기도 꽤 있다. 이와 관련,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당내 전국청년위원회를 ‘전국청년당’으로 개편했지만 (비례용) 청년민주당으로 개편하는 건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 “청년들이 나서 청년민주당 등을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은 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창당 불가’ 입장이다. 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은 26일 “시간이 안 된다. 물리적으로 창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공천에 짧아도 2주가 걸린다면서다. 민주당 비례대표공관위는 이날까지 비례 공천 신청을 받고 이후 경선 절차를 밟아 내달 중순쯤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 21일 비례 민주당 창당론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던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 정당은 꼼수정치”라면서도 당 외곽의 비례 정당 움직임에 대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뭐라 하는 건 주제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비례 정당을 안 만들면 미래통합당과 20석 정도 차이 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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