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구직자 취업상담, 한국은 겉핥기
유럽은 프로파일링 등 정밀 상담
“상담 역량이 고용서비스 질 가름”
전문 상담사 양성 교육기관 시급
그렇다면 취업 또는 재취업을 위한 고용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고 있을까. “상담해도 별로였다. 내가 원하는 직군을 정확하게 어필했는데, 뜬금없이 사회복지사를 자꾸 권한다.” 경력단절 여성이 최근 고용센터를 방문하고 올린 후기다. 이런 글도 있다. “몸이 안 좋아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이라고 했더니 일할 의지가 없다는 식으로 (상담사가) 자존감을 깎는 말까지 한다.” “상담사도 실적 압박이 있어서 애초 (취업)될 사람에게만 물을 떠다 준다.” 물론 성공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정부의 고용서비스가 형식적이라는 건 어제오늘 지적된 게 아니다.

독일 고용대학(HdBA)의 수업 장면. 이곳에서 배출된 졸업생은 전국 고용센터에 배치돼 상담사로 일한다. 김기찬 기자
독일이나 벨기에에선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용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 일자리를 얻는다고 보면 된다. 최소한 원하는 일자리로 갈 경로는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 물론 취업 때까지 지원도 따른다.
이런 차이에 대해 유경준 전 통계청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무엇보다 고용센터 직원의 역량에서 확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용정책이 성공하려면 고용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상담사의 능력치를 끌어올리고, 전문 양성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안네 드 스메드 벨기에 고용센터(LE FOREM)장은 “실직자가 찾아오면 상담을 하는데 최소 1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매티아스 슐제 뵈잉 독일 오펜바흐 잡센터장도 “50분 이상 상담한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5분”(고용노동부 관계자)인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이 차이가 한국과 유럽의 고용서비스의 질을 가른다.

독일 고용대학(HdBA)의 전경.
이런 상담이 가능한 건 역시 직원들의 역량이 높아서다. 독일과 벨기에에선 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를 양성하는 과정부터 다르다.
독일은 연방 정부 산하에 고용서비스대학(HdBA)이 있다. 2006년 설립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내 다른 나라까지 비슷한 대학 설립을 검토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학에선 매년 5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전국 고용센터에 배치된다. 이들은 입학 전부터 연방 또는 지역 고용센터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총 9학기(3년제) 동안 심리상담, 인사, 임금제도, 고용시장, 경영학, 노동법 등 고용서비스에 필요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배운다. 철학이나 윤리, 언어 같은 과목은 아예 없다. 특히 4학기는 현장 인턴실습으로 채워진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는 셈이다. 석사과정에도 100여 명이 공부 중이다. 쉬테판 회프트 심리학 교수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에도 6개월의 현장 실습형 심화 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확 차이 나는 유럽과 한국의 고용서비스 질
벨기에는 르 포렘 아카데미를 20여 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안네 센터장은 “시장이 변하고, 그 변화에 따라 구직자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구직자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고용시장에서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담사의 역량을 향상하는 게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이브 마리 모세레이 세계공공고용서비스협회(WAPES) 사무총장은 “고용센터 상담사는 전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국가에서 이를 수행할 전문 교육기관은 필수”라고 말했다. 독일 만하임, 벨기에 브뤼셀에서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