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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모리셔스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2020.02.27 00:27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애란 금융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인간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종. ‘도도새’에 따라붙는 설명이다. 아프리카의 한 무인도에 살던 이 새는 16세기 유럽에서 온 선원에 의해 발견됐다. 도도는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몸무게 25㎏ 뚱보새는 날지도 못했다. 선원들이 붙인 ‘도도’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어로 ‘바보’란 뜻이다. 선원들은 도도새를 마구 잡아먹었다. 발견된 지 150여 년 만인 1663년 도도새는 멸종되고 말았다.
 
도도새가 살았던 그 무인도가 바로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다. 수년 전 가봤던 모리셔스는 넘실대는 사탕수수 꽃무리 물결이 아름다운 관광지였다. 제주도만한 크기의 이 섬엔 ‘여행자의 낙원’ ‘아프리카의 백조’라는 낭만적 별칭이 따라 붙는다. 아름다운 해변과 이국적 경치, 고급 리조트로 한국 신혼여행객에겐 인기 관광지다.
 
모리셔스가 지난 23일 한국에서 온 신혼여행객 17쌍의 입국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도새가 떠올랐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기대하며 여행 온 한국 신혼부부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마치 도도새를 잡아먹은 유럽 선원들처럼 위험한 존재로 취급됐다.
 
평생 한번뿐인 신혼여행을 망치고 만 신혼부부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하지만 그 나라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치료방법 없는 감염병의 확산은 섬나라, 그것도 관광으로 먹고 사는 작은 나라엔 치명적인 건 사실이니 말이다.
 
모리셔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전격적인 한국인 입국금지를 조치가 당황스럽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 나라들이 그런 조치를 취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와 방어심리가 인간의 본능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혐오’와 ‘방어’의 차이를 비교적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확인했다. 당하는 입장이 되면 확실히 안다. 당했을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분통이 터지면 혐오, 당했는데도 어느 정도 상대방 입장을 이해할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면 방어이다. 혐오는 절대 용인할 수 없지만 방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혐오는 멈춰야 하지만 방어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우리 정부의 초반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애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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