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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⑨ 이시렴 부디 갈다

중앙일보 2020.02.27 00:14 종합 27면 지면보기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이시렴 부디 갈다
-성종 (1457-1495) 
 
이시렴 부디 갈다 아니 가든 못할소냐
무단히 네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하 애도래라 가는 뜻을 일러라
- 해동가요
 
왕이 신하에게 바치는 노래
 
성리학의 조선은 왕에 대한 사대부들의 충성의 노래가 넘쳐난다. 세종조 재상을 지낸 고불 맹사성은 시조 강호사시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들이 모두 왕의 은혜라고 노래했다. 가사의 대가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 속미인곡도 듣기 민망할 정도의 연군(戀君)의 노래다. 그런데 오직 하나, 왕이 신하에게 바치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이 시조다.
 
홍문관 교리 유호인은 문장이 좋아 성종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그가 낙향하려 하자 왕이 만류하며 부른 노래다. 유호인이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서라고 하자 어머니를 한양으로 모셔오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어머니가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으신다며 그 뜻이 완강하자, 아쉬워하며 그에게 향리인 의성 현령을 주어 보냈다. 그가 합천군수로 있다가 1494년 병사하자 후한 부의를 보내 장사토록 하였다.  
 
조선의 9대 왕 성종은 주요순(晝堯舜) 야걸주(夜桀紂)라 불렸다. 그는 요임금과 순임금처럼 정사를 돌봐 그의 치세는 ‘문화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밤이면 걸임금과 주임금처럼 주색잡기에 능해 3명의 왕후에 9명의 후궁으로부터 16남 12녀를 얻었다.
 
어질었던 그는 그 성품이 원인이 되어 어미 잃은 아들 연산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세자에 봉했던 것이 훗날 사화의 피바람을 몰고 왔으니 인과의 비정함은 끝내 비껴가지 않았다.
 
유자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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