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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채용·출장 다 멈췄다

중앙일보 2020.02.27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인천공항 이용객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빠르게 진행하면서 한국발 또는 한국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늘어난 여파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인천공항 이용객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빠르게 진행하면서 한국발 또는 한국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늘어난 여파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작업을 위해 오산공장(오산 뷰티 파크)의 가동을 이틀간 중단한다고 26일 공시했다. 한시적으로 공장을 멈춘 뒤 28일부터 생산재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오산공장은 설화수와 라네즈 등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생산거점이다. 이곳에선 5278억원(2018년 기준) 어치의 화장품이 생산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보유 중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빌딩을 1600억원에 한양건설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산업현장 곳곳 타격 본격화
아모레퍼시픽 핵심 오산공장 세워
삼성·현대차·SK·LG 대졸공채 연기
“한국인 꺼린다” 해외 출장도 자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산업계 타격이 커지고 있다. 그간 자동차 업계 등에서 일부 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시설이 멈춰선 적은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처럼 방역을 위해 핵심 생산 거점을 세운 건 사실상 처음이다. 한화솔루션도 이달 중순 태양광 모듈 제조 시설인 충북 진천공장과 음성공장의 가동을 일주일가량 중단한 바 있다. 중국에서 들여오던 부품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탓이었다.
 
생산은 물론 기업 활동의 또 다른 핵심축인 채용 역시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통 3월에 상반기 중 채용 공고를 내고 4월에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를 지난 15일에서 다음 달로 연기한 바 있다. 수시채용 중심인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외부인의 사옥 출입을 제한함에 따라 자연스레 채용 일정이 미뤄졌다. SK그룹도 매년 4월 말쯤 실시하던 상반기 SK종합역량검사(SKCT)를 5월 중순에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월 초면 시작되던 공채 일정 자체가 같은 달 말로 한 달 가까이 미뤄진 탓이다. LG그룹도 채용 시기를 예년 3월에서 일단 4월 이후로 늦춘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 6일부터 대졸 공채 일정을 시작하되 자체 인·적성 시험인 조직·직무 적합도 진단(L-TAB)이나 면접 전형 등은 최대한 늦춰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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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영 활동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대기업 대부분이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리면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미팅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모두 겉으로는 비상경영계획대로 이행해 경영에 큰 차질이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차질이 없을 수 있겠냐”며 “해외 거래처들 대부분 우리가 제때 납품할 수 있을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어렵사리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가 만남을 꺼리는 경우도 잦다. 실제 미국 현지 출장 중인 5대 그룹의 관계자는 “일주일가량 미국 가스전 설비 등을 둘러보려 했었는데,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인 방문을 극도로 꺼려 당초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국내 경영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28일까지 본사인 서울 을지로 T타워를 폐쇄한 뒤 집중 방역을 하기로 했다. 직원 중 1차 양성 판정자가 나온 탓이다.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는 “직원들의 안전과 바이러스 확산 대비를 위해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일(휴일 포함 5일)간 전사 유급 특별휴무를 부여한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재택(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엔씨소프트처럼 유급 휴가를 주는 회사는 드물다. 이 회사 김창현 홍보실장은 “연휴나 명절 같은 통상적인 휴무라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 예방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상장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코로나19로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독려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효성ITX는 지난주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면서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주주의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이 의심될 경우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안내했다.
 
이수기·김영주·강기헌·김원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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