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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얼굴 보자 택시 가버렸다" 세계 곳곳 '한국 공포증'

중앙일보 2020.02.26 14:28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해외에서 한국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격리하는 국가들이 계속 늘고 있다. 한국으로의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나라들도 증가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1146명이다. 이날 12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한국인 피하는 사례 생겨
교민들, “한국인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느껴”
오스트리아, 한류 열풍 한국어 과외도 끊겨
“한국행사만 콕 찍어 취소” “한국 가도 되나”
中 웨이보엔 “한국 여행 취소” 글 속속 올라
한국발 입국금지·격리, 여행제한 권고 줄이어

 

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비닐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비닐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폭증한 이후 한국인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이란의 교민은 자신의 한국인 친구(교민)가 지난 24일 이란 테헤란에서 겪은 일을 들려줬다.  
 
“친구가 부른 콜택시가 와서 친구가 타려고 했대요. 그런데 택시기사가 창문을 통해 친구 얼굴을 보고는 도망치듯이 그냥 가버렸다는 겁니다. 친구가 ‘너무 황당하고 속상하다’면서 하소연을 하더군요. 물론 기사가 얼굴만 봤으니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인 전체를 피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 역시도 이란 사람들이 최근 들어 은근히 한국인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걸 느끼고 있어요.”  
 
이란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 26일(현지시간) 이란 정부 발표 기준 19명이다. 확진자는 139명으로 중동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다.  

 
이란 테헤란시의 공무원들이 26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을 소독하고 있다. 이란에선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로 15명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시의 공무원들이 26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을 소독하고 있다. 이란에선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로 15명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익명을 원한 20대 말레이시아 교민 역시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 관련 행사가 취소됐다. 많은 한국인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취소 이유를 겉으론 ‘신종 코로나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행사만 콕 찍어 취소된 것”이라면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말레이시아인들이 오면 감염될까 봐 우려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25일 기준 22명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찰관들이 25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인스브루크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EPA=연합뉴스]

오스트리아의 경찰관들이 25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인스브루크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EPA=연합뉴스]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한 교민은 이날 중앙일보에 “한류 열풍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꽤 많아 그동안 집에서 한국어 과외를 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과외가 중단됐다”고 알려왔다. ‘유럽의 우한’이 된 이탈리아의 접경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선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이 교민은 “신종 코로나 발생 이전 일각에선 중국인 관광객을 기피하는 현상이 없지 않았는데 이젠 한국인도 마찬가지 처지가 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0’명으로 알려진 미얀마에선 어떨까. 미얀마 교민 곽희민씨는 “미얀마에선 아직 한국인을 멀리하는 분위기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사업을 하는 미얀마인들이 내게 ‘한국에 가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 때문에 지금 가도 될까’하고 걱정하거나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공식적으론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 미얀마는 지난 1일부터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도착 비자 발급(visa on arrival)을 중단했다. 사실상의 입국 제한인 셈이다.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도 한국인과 한국 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웨이보에는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미얀마의 양곤 공항에서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얀마에선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환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미얀마의 양곤 공항에서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얀마에선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환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중국 내에선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격리 조치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당국은 25일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전원을 호텔에 강제 격리 조치했다. 승객 167명 가운데 한국인은 19명이다. 또 베이징에선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별로 한국에서 온 사람은 2주간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26일 오전 기준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총 27개다.   
 
이스라엘에서 입국 금지됐던 한국 관광객들이 지난 25일 입국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스라엘에서 입국 금지됐던 한국 관광객들이 지난 25일 입국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한국에서 출발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입국하도록 하는 국가가 총 16개 국가다. 홍콩·싱가포르·베트남·이스라엘·요르단·쿠웨이트 등이다. 한국 정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분류한 이라크마저 25일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한국발 입국자를 즉시 격리하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등 입국 절차를 엄격하게 하는 국가는 총 11개 국가다. 마카오·태국·대만·영국·카자흐스탄 등이다.  
 
한국으로의 여행을 금지하진 않지만,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경고)로 격상했다. 대만·호주·뉴질랜드·캐나다·폴란드·베트남·이탈리아·프랑스·일본 등 여러 국가가 한국이나 대구·경북 청도 지역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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