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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복 없다고?” ‘스토브리그’로 제대로 선 넘은 박은빈

중앙일보 2020.02.26 12:01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여성 운영 팀장 이세영 역할로 활약한 박은빈. [사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여성 운영 팀장 이세영 역할로 활약한 박은빈. [사진 SBS]

“선은 니가 넘었어!”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이신화 극본, 정동윤 연출)에서 배우들이 꼽은 명대사다. 극 중 구단 드림즈 운영팀장인 이세영(박은빈)이 연봉 협상 과정에서 단장 백승수(남궁민)의 무릎에 술을 쏟아붓는 포수 서영주(차엽)의 만행을 참지 못하고 외치는 장면이다.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이자 최연소 운영팀장에 대한 우려는 일시에 사라졌고, 배트는 왼손으로 휘두르고 유리컵은 오른손으로 던지는 ‘좌타우투’의 등장에 야구팬들은 열광했다. 새로운 ‘야구 여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깬 ‘스토브리그’는 19.1%(닐슨코리아 기준)로 종영하며 숱한 명대사를 남겼다.  

최연소 여성 야구 팀장 이세영 역 활약
“러브라인 없는 주체적 역할 맘에 들어”

 
25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배우 박은빈(28)은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대본이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며 “대본이 너무 술술 읽혀서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신중하게 고민하는 편이었지만 그동안 내린 선택이 모두 최선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택하자고 생각했는데 운명처럼 ‘스토브리그’를 만나게 된 거죠. 여성 최연소 운영팀장이라는 이세영 캐릭터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고, 남녀를 떠나 일을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러브 라인도 없어서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잘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걸크러시 캐릭터 덕에 할 말은 하게 됐다”

아역배우로 시작한 박은빈은 ‘비밀의 문: 의궤 살인 사건’(2014)을 배우로서 전환점으로 꼽았다. ’혜경궁 홍씨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진 나무엑터스]

아역배우로 시작한 박은빈은 ‘비밀의 문: 의궤 살인 사건’(2014)을 배우로서 전환점으로 꼽았다. ’혜경궁 홍씨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진 나무엑터스]

실제 이번 작품은 그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줬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98년 ‘백야 3.98’부터 꾸준히 활동했지만 흥행작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대표작이 되어준 것. 2016~2017년 ‘청춘시대’ 1, 2에서 화끈한 입담을 자랑하는 송지원 역할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 역시 시청률은 최고 4.1%로 아쉬움을 안긴 터였다. 당시 “원래 성격과 싱크로율은 0%”라고 밝혔던 그는 ‘이판사판’(2017~2018) 등 걸크러시 캐릭터 계보를 이어 오면서 “성격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까불거나 시끄럽기보다는 예의 바른 쪽이었어요. 칭찬받고 인정받으면 더 열심히 하고, 그걸 원동력 삼아 더 잘하고 싶어하는 아이였죠. 그래선지 늘 침착하고 말을 아끼는 편이었는데 꼭 그게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할 얘기가 있을 때는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는 걸 알게 됐고, 할 말은 다 하는 캐릭터들 덕분에 덜 미안해하며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세영이 전작과 연속 선상에 놓인 캐릭터라 어떻게 하면 더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도 고민을 많이 했고요.”
 
박은빈은 화제가 된 좌타우투에 대해 ’캐비넷이 오른쪽에 있어서 왼쪽에서 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배트를 잡을 일이 있으면 왼손으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진 SBS]

박은빈은 화제가 된 좌타우투에 대해 ’캐비넷이 오른쪽에 있어서 왼쪽에서 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배트를 잡을 일이 있으면 왼손으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진 SBS]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이래 여성 운영팀장은 한 명도 없었기에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컸다고. 제작지원을 맡은 SK와이번스 운영팀장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인천 문학구장에 가보니 사무실도 드림즈랑 비슷하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낯선 세계라 겁나기도 했는데 프런트에서 직접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인터넷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생생한 경험담도 많이 듣고. 야구 덕후이자 운영팀장으로서의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었죠.”
 

“이 시대 이세영 곳곳서 두각 나타내길”

제작발표회 당시 “이 드라마를 통해 여성 운영팀장을 꿈꾸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말도 현실이 됐다. “덕분에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이세영을 롤모델 삼아 진로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죠. 이 시대의 이세영이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날이 머지않아 오겠구나 싶고, 매체의 영향력이 좋은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길목에 함께 했다는 게 보람 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주체적인 인물을 맡게 되면 저 스스로도 삶의 방식이나 방향성 등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시즌 2에 대해서도 박은빈 단장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 SBS]

시즌 2에 대해서도 박은빈 단장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 SBS]

올해로 데뷔 25년 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인 그는 어떤 질문에도 일목요연하게 답했다.  
“이세영이 야구 덕후인 것처럼, 박은빈도 덕후라 칭할 만큼 빠져 있는 것이 있느냐”라고 묻자 “동물, 그중에서도 토끼 덕후”라면서 아역배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아동복 모델할 때 촬영 소품으로 토끼 두 마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처치 곤란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집으로 데리고 와서 저의 유년시절을 함께 했죠. 저한테 영감을 많이 줬었거든요. 글짓기 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고. 한때 여섯 마리까지 키웠는데 지금은 모두 무지개나라로 갔어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크다 보니 다시 키울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박은빈은 ’나중에 스스로 탓할 싹을 제거하기 위해 요즘에는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다“며 ’욕심을 조금 버리고 지금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나무엑터스]

박은빈은 ’나중에 스스로 탓할 싹을 제거하기 위해 요즘에는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다“며 ’욕심을 조금 버리고 지금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나무엑터스]

종영 전부터 쏟아진 팬들의 시즌 2 제작 요청에 대해 ‘스토브리그’ 출연진들은 다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또다시 위기를 맞은 드림즈를 위해 백승수 단장이 돌아오는 것부터 시작해 야구단을 떠난 백 단장이 새로운 종목의 스포츠에서 단장직을 맡는다 등 시나리오도 여러 가지다. 운영팀원 한재희 역을 맡은 조병규는 아예 “이세영 팀장이 단장을 하고, 나는 운영팀장을 하고 싶다”며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박은빈은 “팀장 자리를 노린다면 내줄 의향이 있다”며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일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좀 더 성숙한 이세영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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