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中, 전인대는 연기하면서 농민공엔 “안전하니 직장 복귀하라”

중앙일보 2020.02.26 11:30
24일 중국 윈난성 쿤밍남역에서 광저우의 직장으로 복귀하는 특별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농민공 563명이 대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4일 중국 윈난성 쿤밍남역에서 광저우의 직장으로 복귀하는 특별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농민공 563명이 대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경제위기를 의식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를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관제 언론을 동원해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면서 감염자 수를 축소하는 등 통계 조작을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열차·항공기·버스 동원해 수송대작전
이동 장면에서 여전히 불안감 노출돼
지방관료들 실적 내려 반강제 송출도

교도소 등 감염자 속출하는 상황에서
"감염자·사망자 줄고 있다"고 주장

미중무역갈등에 코로나 악재 겹치자
기업 줄도산·외국계 탈중국 이어져
급한 불 끄려 노동력 공급 일단 매진

"춘절 분위기 해치지 말라"던 시진핑
경제만 걱정하는 지도부의 오판 계속돼

이와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은 26일 중국 지도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연기하면서도 춘절에 귀성했던 수억 명의 농민공(농민 출신 도시노동자)들을 직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수송 대작전에 나섰다면서다.  
 
중국 당국은 “안전하다”며 농민공의 등을 떠밀고 있다. 열차ㆍ항공기ㆍ버스 등을 총동원해 내륙의 고향에 머물고 있는 농민공을 연안 도시로 실어나르고 있다. 그런데 당국의 설명과 달리 이들의 이동 모습에선 여전히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묻어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신종 코로나비이러스 감염증 대책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신종 코로나비이러스 감염증 대책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9시쯤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성 성도 구이양(貴陽)에서 출발한 특별열차엔 농민공 853명이 탑승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이번 사태로 후베이(湖北)성 이외 지역에선 처음으로 도시를 봉쇄했던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였다. 윈저우는 중국의 대표적인 상업 도시로 유동인구가 상당한 곳이다.  
 
평소라면 700위안(약 12만원) 정도인 여객비는 이날만큼은 무료였다. 열차에 대기 중이던 의료진들은 농민공들이 탑승하기 전 이들의 체온부터 측정했다. 전원 마스크를 쓴 농민공들은 열차 내 이동은 물론 동료 간에 트럼프와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하는 것조차 일체 금지됐다.  
 
이런 살벌한 풍경은 현재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관료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직장 복귀를 거부하는 농민공들을 거의 반강제로 돌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구속하겠다”고 협박한 사례까지 인터넷상에선 회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지도부가 전인대 연기를 밝히자 "자신들의 안전만 챙기고 농민공 안전은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의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통계조작까지 거론된다. 중국 당국은 연일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미 통제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23일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갈아입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23일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갈아입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례로 지난 21일 중국 사법부는 산둥(山東)ㆍ저장ㆍ후베이성의 4개 교도소에서 수감자 505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는데. 서로 떨어진 폐쇄된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 자체가 이상 신호다. 이처럼 각 지방에서 중앙의 눈치를 살피느라 축소 은폐하는 사례가 상당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이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건 그만큼 경기 후퇴가 심각해서다. 미ㆍ중 무역갈등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자 도산하는 기업이 중국 전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중국을 떠나 베트남, 인도 등지로 거점 공장을 옮기는 해외 기업도 부쩍 늘었다.  
 
중국은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가장 중요한 노동력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기업들 가운데 97%가 영업을 재개했지만, 일손 부족으로 실제 공장 가동률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의 한 외국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4일 마스크를 쓴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의 한 외국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4일 마스크를 쓴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신종 코로나 사태를 급속도로 확산시킨 건 춘절 대이동이다. 우한(武漢)을 떠나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농민공들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됐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씨를 낳은 장본인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시진핑은 지난달 7일 춘절을 앞두고 열린 당 회의에서 “춘절 분위기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지침을 내렸다. 방역 대책을 서둘러야 했을 시기였지만,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당국의 안이한 대처 뒤에는 이처럼 ‘경제 안정화’란 강박감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