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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질병센터 '코로나 펜더믹' 경고에···뉴욕증시 또 3% 폭락

중앙일보 2020.02.26 08:00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 면역 호흡기 질병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의 보건부 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 면역 호흡기 질병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의 보건부 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로 전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다.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병인 ‘팬더믹(pandemic)’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다만 질병이 중증일지 가벼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CDC "지역사회 전파 정확히 언제일지의 문제"
팬더믹 발전 가능성… 대비 태세 미흡 우려
의료진 마스크 3억장 필요한데 3000만장 뿐
증시 하락 걱정하는 트럼프 낙관론 펴지만
美확산 경고에 뉴욕증시 이틀 연속 3% 폭락

 
CDC 산하 국립 면역 호흡기 질환 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거의 확실하게 미국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할 것이며, 미국인들은 당장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전파가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언제 일어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감염률은 떨어지고 있으나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에서 갑작스럽게 감염 집단이 출현하면서 세계적으로 유행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감염이 폭증한 것은 코로나19를 막으려는 국제적 협력과 전략 부재를 드러냈으며, 미국 내 확산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메소니에 국장은 “감염 확산이 몹시 나쁜 상황으로 가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면서 “국민은 일상생활에 큰 혼란을 겪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DC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학교를 폐쇄하고 온라인이나 소규모 학생 그룹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고, 직장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다. 알렉스 아자르 보건부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미국을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다”면서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자르 장관은 현재 미국의 대비 태세가 충분치 않다고 시인했다.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발병할 경우 마스크가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발병 시 의료인을 위한 ‘N95’ 마스크 3억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재고가 3000만장밖에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처 미흡을 지적했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공화당ㆍ루이지애나주)은 미국 내 예상 감염 인원을 묻는 질문에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이 답하지 못하자 “당신은 그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회에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과거 유행병 예산보다 너무 적다면서 제대로 질병을 퇴치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53명이다. 검사 시행은 426건에 불과하다. 확진에 필요한 진단 키트가 부족하고, 실험실도 많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주와 카운티 정부는 애틀랜타에 있는 CDC 본부로 샘플을 보내 확진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며칠씩 걸린다. 시험용 키트에 오류도 나타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밝혔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할 경우 확진 단계부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낙관론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이면 바이러스가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소니에 국장을 비롯한 감염병 전문가와 과학자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인도를 방문 중에도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우리는 운이 좋았고, 그 정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낙관론을 펴는 이유는 금융시장을 흔들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증시와 경제 안정은 트럼프의 재선 행보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DC가 지역사회 확산을 예고하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폭락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미국 내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3% 하락에 이어 이날도 3% 추가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뉴욕증권거래소 거래인의 모습.[AFP=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미국 내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3% 하락에 이어 이날도 3% 추가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뉴욕증권거래소 거래인의 모습.[AFP=연합뉴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3.15% 하락한 2만7081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다우지수는 3.56% 내려 2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틀간 1900포인트 이상 빠졌다. S&P 지수는 전날 3.35%에 이어 이날 추가로 3.03%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국채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장기물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1.328%까지 하락해 사장 최저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당시 기록한 기존 최저치 기록을 깼다고 WSJ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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