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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 써도 된다""승기 잡았다"···안일했던 여권 말말말

중앙일보 2020.02.26 08:00
“사람 많은 곳이나 공기 탁한 곳이 아니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2월 13일 정세균 국무총리)  

“정부의 대응 태세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인증됐다.”(17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중국인보다 중국 다녀온 우리 국민이 더 많이 감염시킨다.”(2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의 최근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권은 정부 대응을 “전 세계가 철통방어라고 칭찬한다”(김상희 민주당 의원)고 자평했다. 야당 등의 비판에는 “과도하게 불안을 부추기거나 불확실한 가짜뉴스에 속지 말아달라”(이해찬 민주당 대표)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 발생은 지난달 20일이었다. 확진자는 설 연휴(1월 24~27일)를 지나며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27일 1명(3ㆍ4번 환자)씩 나왔다. 30일에는 3명(5∼7번 환자), 31일 4명(8∼11번 환자)이 발생했다. 1월 말 확진자는 총 11명이 됐다.
 
이 무렵(1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 사태 37일’ 당·정·청 주요 발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사태 37일’ 당·정·청 주요 발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확진자 증가 추세는 이달 초 주춤했다. 그러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고위 당ㆍ정 협의회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28번 확진자 이후 닷새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3일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방역 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여권 내 낙관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7일 “방역과 의료체계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치켜세웠고, 이인영 원내대표도 다음 날(18일)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공포가 잦아들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주 실효적으로 차단했다. 중국 측이 각별히 고마워했다”고 가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고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 20일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다.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했다. 

 
이후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창문 열고 모기 잡는다"는 야당 비판에 “겨울이라 모기는 없다”고 응수했다. 중국인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야당 주장을 비켜 간 거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생했던 환자들의 감염 요인들을 보면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다녀온 내국인들이,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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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3일에야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렸다. 이해찬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우 엄중한 국면”이라며 “집권당의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반면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방역 문을 활짝 열더니 말 그대로 진짜 우리의 어려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같은 당 신상진 의원은 “박능후 장관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문 대통령 또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ㆍ김홍범ㆍ남수현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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