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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배송 대란인데···마트 의무휴업에 배달까지 막혔다

중앙일보 2020.02.26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롯데마트 포항 남구 지곡점 직원들이 25일 오전 온라인 주문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이번 주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뉴스1

롯데마트 포항 남구 지곡점 직원들이 25일 오전 온라인 주문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이번 주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뉴스1

 
경기도에 사는 김형준(45) 씨는 23일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별다른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의무휴업일이어서 해당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방학 중이어서, 집에 과일이랑 라면 등을 사두려 했는데 의무휴업일이란 공지문을 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라며 “지금처럼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는 생필품을 어디서든 손쉽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형마트 규제에 소비자만 발동동
온라인몰 폭증하는 주문 소화 못해
생필품 품절, 배송취소 잇따라
마트는 물건 쌓아두고도 못 팔아
“배송이라도 할수 있게 규제 풀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씨처럼 급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도 필요한 물품을 제때 사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정부에 "규제 완화해 달라" 의견서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를 회원사로 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이하 협회)는 최근 정부에 ‘국가 비상시국의 방역ㆍ생필품 등 유통ㆍ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서를 제출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구매 배송에 한해 ‘의무휴업일’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게 그 골자다. 협회는 건의서에서 “신속하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배송 확충이 필요하다”며 “대형마트는 대규모 유통 인프라와 온라인 주문ㆍ배송 시스템이 지역별로 구축돼 있어 안정적인 물품 보급과 체계적인 배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함께 낸 ‘유통부문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안 건의’ 의견서에서도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가 온라인 사업까지 막는 것은 과잉 규제로 다른 온ㆍ오프라인 유통기업과 외자계 온라인쇼핑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롯데마트 포항 남구 지곡점 직원들이 25일 오전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필품을 배달하기 위해 주문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이번 주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2020.2.25/뉴스1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롯데마트 포항 남구 지곡점 직원들이 25일 오전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필품을 배달하기 위해 주문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이번 주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2020.2.25/뉴스1

 
사실 ‘월 2회 의무휴업’으로 대표되는 대형마트 관련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는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연면적 3000㎡ 이상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공휴일 중 매월 2회)을 지켜야 한다. 대부분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이다. 의무휴업일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영업시간 규제도 있어 오전 0~10시엔 영업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이 불가능한 이유다. 이마트만 지난해 6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별도로 지어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해 새벽 배송에 나섰다.
    
유통산업발전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통산업발전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무휴업일엔 온라인 주문 상품도 배송 중단돼 소비자 불편

이중 업계와 소비자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은 오프라인 점포의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의 배송도 중단된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2일을 기점으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했지만, 대형마트는 그다음 날인 23일이 의무휴업일이어서 배송을 제때 하지 못했다. 
 
참고로 롯데마트는 의무휴업일을 앞둔 지난 22일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2월 넷째 주 토요일)에 비해 70.3% 늘었다.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25일 예약배송 가능일자를 하루 더 늘려 3월 1일 배송분까지 주문을 받았지만, 이날 오후 예약 마감률은 99.5%를 기록했다. 특히 대구ㆍ경북 지역에선 이마트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모든 예약이 마감됐다. 물론 아무리 온라인 주문이 늘어도 의무휴업일인 23일엔 손을 쓸 수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엔 사실상 배송이 중단되면서, 대형마트가 아닌 일부 e커머스로 온라인 주문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발생한다.  
24일 품절 관련 안내문 내건 쿠팡과 마켓컬리. [쿠팡, 마켓컬리 캡처]

24일 품절 관련 안내문 내건 쿠팡과 마켓컬리. [쿠팡, 마켓컬리 캡처]

 
실제 서울 마포구에 사는 워킹맘 A 씨(35)는 지난 22일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빵과 우유를 사기 위해 마켓컬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접속했다. 하지만 A씨가 찾는 빵과 우유는 전부 품절이었고, 쿠팡 로켓프레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체품을 사려고 접속한 롯데마트몰은 익일 배송 자체가 불가했다. 온ㆍ오프라인을 합쳐 사실상 어떤 채널로도 생필품 구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정광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규제는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적응적 진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대형마트 규제 역시 규제 도입이 이뤄진 2012년과 현재 상황이 확연히 달라진 만큼 국내 유통 시장 상황 변화 등을 따져 탄력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형마트 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 시선도 있다. 코로나 19사태를 빌미로 숙원이었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규제를 철폐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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