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동호의 시시각각] 이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중앙일보 2020.02.26 01:01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우리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생명과 재산을 맡긴 지 33개월이 흘렀다. “국민을 통합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에 초반 지지율은 90%를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경제·외교·안보가 모두 위기다. 2015년 6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메르스의 수퍼 전파자는 정부다. 정부의 불통과 무능·무책임이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줄기차게 전임 정부의 적폐 청산에 몰두했다. 그만큼 안전과 방역은 잘할 거라 봤지만, 이마저도 예외 없이 실패로 귀착했다.
 

3년간 위선과 허세, 무능의 반복
경제·외교·안보·방역 모두 구멍
실패부터 인정해야 리셋 가능해

그 결과 대한민국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여섯 차례나 중국발 입국자를 막으라고 권고했지만 “머지않아 종식된다”며 코로나19 감염 경로를 활짝 열어두면서다. 국민은 “가만히 있으라”는 지침에 꼼짝없이 당했던 세월호 탑승자 처지와 다를 바 없게 된 것 아닌가.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원망이 넘친다. 압권은 충남 아산 반찬가게 상인의 신세 한탄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경기를 묻자 “거지 같다”고 했다가 문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집단으로부터 ‘감히 우리 이니에게 불경스럽게’라며 파상 공격을 받았다.
 
이 광란을 보면서 지난 3년 세월이 뇌리를 스쳤다. 문 대통령은 줄곧 평등·공정·정의를 말했다. 하지만 조국 서울대 교수처럼 집권 세력의 행태는 위선과 허세, 무능의 굿판이었다. 그리고 국민은 지금 치사율 1%의 공포 앞에 서 있다. 이 공포가 엄습하자 반찬가게 상인의 외마디 외침은 더 생생해진다. “거지 같다”고 한 것은 암울한 현실 앞에 드러난 절망감이란 것을 말이다. 반찬가게 상인의 직감은 정확했다. 통계청의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사업소득은 89만2000원이었다.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자영업자는 벼랑 끝에 몰렸다. 현 정권은 거듭 “경제가 좋아진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최저임금 급상승 같은 반(反)시장 정책 실험으로 인건비가 올라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 더구나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저녁 회식이 줄면서 자영업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경제 체력이 바닥에 떨어진 와중에 코로나19까지 덮쳤으니 자영업은 무방비에 카운터블로를 맞은 셈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100만 공무원, 대기업 직원은 경기가 아무리 죽 쑤고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해도 월급날 꼬박꼬박 일용할 양식이 나온다. 하늘만 무너지지 않으면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저잣거리에서 묵묵히 생업을 지키는 상인은 다르다. 하루 매출만 줄어도 생계에 타격을 입는다. 지금처럼 외출과 모임을 자제할수록 고통은 커진다.
 
그럴수록 골목마다 “거지 같다”는 원성이 커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 자체가 숨을 헐떡이고 있다. 주요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린 결과 지난해 세수가 예상보다 7조원 덜 걷히는 세수 펑크가 났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니 돈이 안 도는 것이다. 현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경을 준비 중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것이지만 정책 전환이 없으면 경제 활력은 살아나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재정을 물 쓰듯 하면서 국가부채는 벌써 100조원 증가했다. 그야말로 ‘기생충’처럼 3040세대의 미래에 빨대를 꽂았다. 적폐몰이가 계속되면서 정치는 혼돈의 연속이고, 미국·일본과의 우방 관계도 불안하다. 북핵 문제도 악화했고, 중국과는 ‘코로나19 운명공동체’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잘하길 바랐는데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든 무능 정치의 끝을 보고 있자니 이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인가 싶다. 참 씁쓸하기 짝이 없는 시절이다. 책임자라면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그것이 이 거대한 혼돈을 리셋하는 출발점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