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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순간①]신천지 명단 1주 허비한 죄, 확진 20배 폭발

중앙일보 2020.02.26 01:01 종합 4면 지면보기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교육장에서 강제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는 "신천지 과천교회 신도 가운데 2명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신도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명단인지 알 수 없어 과천 본사에 대한 강제역학조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뉴스1]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교육장에서 강제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는 "신천지 과천교회 신도 가운데 2명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신도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명단인지 알 수 없어 과천 본사에 대한 강제역학조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뉴스1]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신천지대구교회에서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진데 이어 신천지 교인들에 의한 감염이 서울ㆍ경기ㆍ강원ㆍ충북ㆍ경남ㆍ부산 등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신천지발(發)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면서 신천지대구교회를 다녀간 교인 명단 확보와 격리 조치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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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전국 확진자 20배로 늘어
경기도, 경찰 동원 강제 역학조사

지난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61ㆍ여)가 확인됐다. 이튿날인 19일 이 환자와 같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신천지대구교회)’에 다니는 교인 10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 나간 질병관리본부 즉각대응팀은 이때 이미 신천지 대구교회 내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1번 환자를 포함해 11명이 그 교회와 관련된 사례가 발생을 했기 때문에 ‘슈퍼전파 사건은 있었다’ 라고 본다”라며 “하나의 공간에서 11명이 발생한 건 그 건물이나 장소에서 대규모의 노출이 있었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는 “31번이 참석한 예배 참석자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예배 참석자 1000여명의 명단만 일부 파악됐고, 16일 예배 참석자 명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천지 교단 협조’를 받아 자발적으로 명단을 제출해주기를 기다렸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역학회장)는 “질병관리본부가 종교단체를 상대로 명단을 압수할 강제력을 가진 기관이 아니다 보니 ‘명단 넘겨주세요’하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행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천지 교단의 선의만 믿고 일주일을 허비하는 새 코로나19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19일 51명에서 20일 104명, 21일 204명, 22일 433명, 23일 602명, 24일 833명, 25일 977명으로 일주일새 20배가 됐다. 확진자 수만 늘어난게 아니다. 전국으로 퍼졌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녀간 신천지 교인들이 자기 사는 지역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다른 이를 감염 시키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선 한 간호사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근무하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간호사와 접촉한 전공의 1명도 감염됐다. 대구 서구에선 코로나19 방역 실무를 총괄하는 보건소의 감염예방의약팀장이 신천지 교인임을 뒤늦게 밝힌 뒤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됐다. 이 공무원은 질병관리본부가 2차로 넘겨받은 명단에 자신에 이름이 오르기까지 자신이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로 인해 3명의 보건소 직원이 추가 감염됐고 동료 33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단의 협조’만 기다렸다. 보다못한 지자체장들이 나섰다.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 시장은 “신천지가 전국적 확산 핵심 역할을 한다. 압수수색을 통해서라도 교인 명단을 확보하는 게 긴요해 보인다”라며 “신천지 교회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수백명인데 한명이라도 빠져나가면 그 사람을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경기도는 25일 경찰을 동원해 경기 과천시의 신천지본부ㆍ사무실 등을 강제 역학 조사하고 3만명의 교인 명단을 확보했다. 지난 16일 과천에서 1만명이 집결한 예배가 열렸고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신천지 측에 경기도에 살 거나 직장 등 연고를 가진 신도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신천지 측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강제 조사에 들어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측이 명단을 제출할 때까지 더는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신천지가 제공하는 자료만 믿을 수도 없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야 신천지 교단 총회 협조를 받아 교인 21만 2000명의 전체 명단을 확보했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500명이 넘게 나온 뒤다. 이 명단이 믿을 수 있는 것일지도 알 수 없다. 입교 전 수업을 듣는 교육생 명단은 빠져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확인되는 환자들이 모두 하루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다. 감염은 이미 1~2주전 됐을 것이다. 신천지가 더 걱정되는 것은 몇백명, 의심 증상자까지 따지면 1200여명이 증상이 생기도록 이런 감염 집단을 몰랐다는 것이다. 오랜동안 그 교회 내에서 바이러스가 순환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른데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ㆍ최모란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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