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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박홍근을 위한 변명

중앙일보 2020.02.26 00:44 종합 28면 지면보기
임장혁 기자·변호사

임장혁 기자·변호사

‘코로나19’로 국가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 처리를 벼르는 법안이 있다. 일명 ‘박홍근법’ 또는 ‘타다 금지법’(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이 한몸으로 추진중인 거사는 내달 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서울 곳곳을 누비는 타다는 ‘▶관광 목적 ▶6시간 이상 빌리는 소비자 대상 ▶대여·반납 장소는 공항과 항만’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 타다는 멈춰 설 것이고, 더 편리한 유사 서비스도 나오기 어려워진다.
 
박 의원은 타다의 실체를 “렌터차량과 대리기사를 이용한 무허가 유상 운송”으로 보고 이를 허용하는 것은 “불공정 특혜”라고 주장한다.(지난해 11월 27일자 입장문) 택시 면허 확보·유지에 필요한 비용·자격 등 규제는 피하면서 택시시장을 잠식한다는 말이다. 박 의원의 인식은 지난 19일 나온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의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의 관점과는 정반대지만 나름 논리도 있다.
 
노트북을 열며

노트북을 열며

“이재웅이 코로나19보다 무섭다”(24일 서울개인택시조합 회견)는 7만 여 서울 택시 기사의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이 한 명쯤 있다는 건 민주사회에선 좋은 일이다. 설사 그러는 이유가 ‘지역구에 유독 택시 차고지가 많아서라거나 선거철이라서’라고 해도 욕할 순 없다. 당선을 위해 지역민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의원 각각의 노력이 부대끼며 국가의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의회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장관이 기술 혁신과 새로운 노동형태에 눈뜨지 못하고 부동산 때려잡듯 한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규제를 통한 공공성 확보’라는 본업에 과몰입하던 이가 모든 사안을 규제의 눈으로 보는 건 그저 인간의 한계일 뿐이다.
 
문제는 여당 내 침묵하는 다수다. 숱한 술자리에서 타다가 안주로 등장할 때 “절대 금지”를 외치는 민주당 의원은 극소수였다. “갈등이 무섭다고 시대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 법안이 본회의 문턱에 닿을 때까지 여당 내 격론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타다 금지가 민주당의 ‘당론’도 아니다.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징후다. 여당을 꼬집는 건 ‘차량공유’ ‘플랫폼 노동’ 등의 키워드가 얽힌 문제를 고민해야할 당위를 평균 60세가 넘는 미래통합당 법사위원들보다 7살 젊은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더 무겁게 느끼리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소비자도 국민”이라던 이철희·금태섭 의원 등의 입에 관심이 모인다. 승차 거부, 호출 거부에 지친 소비자 편에 설 수 있을까.
 
임장혁 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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