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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유행 전염병 막을 백신 개발에 한국도 동참해야

중앙일보 2020.02.26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전 세계적으로 8만 명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사망자도 2700명을 넘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의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어떤 결과에 이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백신 개발에 많은 시간·예산 필요
‘값비싼 교훈’ 얻기 반복 말아야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수그러들고 결국 사라질 수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고위험군 집단에서 간헐적으로 발병하는 패턴이 될 수도 있다. 인플루엔자처럼 이번 바이러스도 인류에 적응할지, 돌연변이 능력과 포유류(박쥐·인간 등) 사이에 전파하는 능력으로 변종이 생기고 계절성으로 계속 발생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이들은 이미 전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지만, 이 용어는 집단적인 공포감을 고려할 때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실재하는 위협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정보는 없지만 코로나19는 메르스·사스보다 전파력이 강하지만, 두 감염병에 비해 치명률은 낮다. 또 홍역보다 전파력이 확실히 낮다. 감염자 주변 몇m 내에서 침방울(비말)을 통해서 전파가 가능하다. 감염자와의 접촉이나 공기 중 침방울로 오염된 물체 표면을 통해서도 전파 가능할 것이다.
 
사스·메르스·조류인플루엔자·에볼라 등은 지난 20년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줬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마다 과학계에는 도대체 백신이 언제쯤 개발되는지 질문이 쇄도했다. 하지만 5~10년이 걸린다는 답변에 대중은 실망했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의 관심이 줄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연구비는 사라진다. 그래서 같은 전염병이 재차 발병할 때 우리는 여전히 손에 쥔 무기가 없는 상태가 된다.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임상시험, 보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드라마처럼 그리 쉽게 개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년 동안의 연구·개발과 수백억 원의 투자가 필요한 의약품이다. 이런 과업은 투자 대비 큰 수익 창출 가능성이 낮고, 신종 감염병은 다시 발생할지 말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어떤 국가도 백신 개발에 소중한 세금을 투자하려 않는다.
 
다행히 여러 국가와 자선단체들의 공동 자금 지원으로 집단적인 대비책이 생겼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사태의 교훈으로 설립된 ‘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CEPI)이다. CEPI는 전 세계 여러 국가와 기관·자선단체로부터 10억 달러에 달하는 후원금 투자를 받았다. 백신 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연합체는 메르스·라사열·니파바이러스·치쿤구니아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과 비축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서 다음에 또 발생하면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19가 출현하자 CEPI는 사전에 준비한 덕분에 신속 적용이 가능한 기술 보유 기업 등 네 곳에 곧바로 자금을 지원했다. 그중 한 곳은 바이러스 염기서열 확보 3시간 만에 후보 백신을 디자인했다. 초여름까지 이들 백신의 임상시험이 시행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할 경우 몇몇 백신들은 효능 입증을 위한 테스트까지 할 것이다. 보통 10년이나 걸릴 수 있는 과정을 고려하면, 이는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비상사태에 공동으로 대비하고 모두가 일정 부분의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CEPI에 동참해 백신 개발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5년에 한국은 메르스 사태로 100억 달러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봤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교훈을 얻었는데 또다시 값비싼 교훈을 얻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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