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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결합한 CCTV…택시 성추행범 잡고 극단선택 막았다

중앙일보 2020.02.26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 성동구는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사진)에 총 7억5000만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으로 범죄 예측이 가능한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진 성동구]

서울 성동구는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사진)에 총 7억5000만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으로 범죄 예측이 가능한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진 성동구]

지난 17일 오후 9시 10분.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운전석에서 택시기사가 내렸다. 기사는 곧이어 뒷좌석 문을 열고 한 여성 승객을 안다시피 해 내리도록 했다. 술 취한 손님을 부축해주는 듯했다. CCTV(폐쇄회로TV) 화면으로 이를 보고 있던 은평구 통합관제센터 관제요원은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순찰차를 호출한 뒤 CCTV를 돌려봤다. 화면엔 택시 기사가 부축을 하며 승객의 신체를 만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신고 15분 뒤,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해 여성 승객을 귀가시켰다. 경찰은 주변에 정차해 있던 택시를 발견하고 택시기사를 검거했다. 사건 발생 1시간 만의 일이었다.
 

수배차량 지나가면 알림문자
쓰레기 무단투기땐 경고방송
성동구, 범죄예측 CCTV 개발중

지방자치단체들이 곳곳에 설치한 CCTV가 진화하고 있다. 성추행범을 잡고, 목숨을 끊으려 하는 시민의 행적을 좇아 구하기도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CCTV는 2018년 기준 103만2879대에 달한다. 2008년엔 15만대에 불과했지만, 범죄예방 등의 이유로 CCTV가 폭증했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성능도 진화했다. 은평구 관제센터에서 성추행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CCTV 영상을 200만 화소급으로 올린 덕이다. 스마트폰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시스템을 개선한 덕에 범죄 포착이 수월해졌다. 지난달에는 자살 기도 신고를 받고 CCTV로 빠르게 주변을 훑어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은평구는 인공지능(AI) 기술도 도입했다. 은평구가 시범 도입한 인공지능은 경찰 수배 차량, 세금체납자 차량이 지나가면 번호판도 구분할 수 있다. 공용주차장에 세금체납자의 차량이 들어서면 담당 공무원 핸드폰으로 ‘알림’ 문자를 알아서 보낸다. 최근 들어선 얼굴 인식 기술도 적용 중이다.
 
전국 CCTV 얼마나 있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 CCTV 얼마나 있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오정석 은평구청 전산정보과 팀장은 “CCTV에 적용한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으로 치면 아직 4~5세 정도의 어린아이 수준이지만 학습능력을 쌓아 점차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며 “치매 어르신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데 적용해보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진구도 인공지능 CCTV를 활용하고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데 쓰인다. 실시간 감시 외에 현장에 음성 전달도 가능하다. 쓰레기 무단투기 장면을 포착하면 근무자가 ‘경고방송’을 현장에 내보낸다. 경고에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CCTV로 50m까지 추적할 수 있다. 광진구는 “상습무단투기 지역에 인공지능 CCTV를 추가로 설치해 단속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동구에선 범죄 예측을 할 수 있는 CCTV를 개발 중이다. 총 3066대 CCTV에 지능형 스마트 선별 관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총 7억5000만원을 투자한다. 이렇게 되면 CCTV로 폭력 행위나 배회와 같이 수상한 행동을 가려내고, 범죄 징후로 예상되는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다. 범죄 행위가 발견되면 경찰 신고로 바로 연결된다. 성동구는 “사람과 차량 등 움직임을 파악하고, 화재와 청소년 흡연, 소방도로 방해 차량, 쓰레기 무단투기를 분석해 긴급상황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충현 행정안전부 지역정보지원과장은 “관제요원들이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CCTV가 화면을 구분해 알려주는 ‘선별 관제’와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교통사고나 불법 쓰레기 투척과 같은 영상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해주는 ‘지능화’로 CCTV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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