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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스러진 대남병원 사망자…가족도 등돌린 그들의 마지막도 쓸쓸했다

중앙일보 2020.02.25 22:14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 5층 검은색 창문이 정신병원이다. 이은지 기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 5층 검은색 창문이 정신병원이다. 이은지 기자

병원이 집이 됐다. 폐쇄병동을 전전한 지 10년이 넘는다. 가족이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 시내에 입원했다가 서울 변두리, 경기도로 점점 밀려나다가 결국 경북 청도까지 내려온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환자들의 일반적 모습이다. 홀로 정신질환과 싸워온 이들은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또다른 질병과 싸우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99명이다. 힘이 부쳤던 일부는 버티지 못한 채 스러졌다. 
 
25일 코로나19로 숨진 환자가 11명으로 늘었다. 이날 하루에만 3명의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들 중 한명은 대남병원 환자였다. 사망자가 한명 더 늘면서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환자 7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전체 사망자의 64%가 한 곳에 몰린 것이다.
 
숨진 환자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쓸쓸함을 견뎌야 했다.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인 A씨(63)는 장례식 없이 화장됐다. 지난 19일 숨진 그는 가족 없이 장기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경북 청도대남병원이 24일 폐쇄된 현재 내부생활도 공개했다. 사진은 의료진의 생활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경북 청도대남병원이 24일 폐쇄된 현재 내부생활도 공개했다. 사진은 의료진의 생활 모습. [연합뉴스]

청도대남병원 확진자 중 두번째 사망자인 B씨(55ㆍ여)는 지난 21일 폐렴 증세로 부산대병원에 후송된 뒤 숨졌다. B씨는 10여 년 동안 바깥 나들이를 못 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처음 병동 문을 나섰다.  
 

대남병원을 나서기 전 의료진과 직원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바깥 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폐쇄병동에 머물던 사망자 중에선 조현병 환자가 가장 많다. 건강 관리를 제대로 못 했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을 가진 경우가 흔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사망자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의료급여)다. 오랜 폐쇄병동 생활을 한 탓에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폐쇄병동이 만성 요양병원 수준이다. 감염이 급속하게 전파하는 환경에 있었다. 한 명이 감염되면 모두 다 걸린다"면서 "건강하면 치사율이 높지 않은데 이들 환자는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명타가 됐다. 이미 7명이 세상을 떠났고, 중증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적지 않다. 
주요 집단별 코로나19 발생 현황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집단별 코로나19 발생 현황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했고 급성기 치료 같은 부분이 부족해 중증·사망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진행될 수 있게끔 의료 자원을 투입중이다"고 말했다.  
  
청도대남병원 사태에 놀란 정부는 24~25일 전국 정신과 폐쇄병동 420여곳에 대한 감염 관리 일제조사에 나섰다. 
 
익명을 요청한 신경외과 의사는 "사망 환자 상당수가 연고가 없거나 가족의 보살핌을 거의 받지 못 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들이 연고가 있거나 취약 계층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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