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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서 수모당하는 한국인, 외교부는 '엄중 항의'가 전부

중앙일보 2020.02.25 18:52
지난 22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이 강제 귀국을 당하거나 격리 조치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25일 현재 중국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보유국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공안이 25일 웨이하이(威海)공항에서 인천발 제주항공 7C8501편 도착 전 격리 조치를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 공안이 25일 웨이하이(威海)공항에서 인천발 제주항공 7C8501편 도착 전 격리 조치를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외교부는 뒤늦게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방역 노력을 설명한 후 입국 제한 등 과도한 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형적인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설명회가 이뤄진 이 날만도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을 한 국가가 15개국에서 24개국으로 9개국이 늘어났다.
 
앞서 조세영 외교 1차관은 지난 23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 위기대응을 ‘심각’으로 격상한 후 해외 공관에 똑같은 입장을 알렸다. 그런데 그 이튿날인 24일 사전 통보 없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가 3곳이 나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리는 군축ㆍ핵비확산금지조약 관련 장관회의에서 요르단 외교부 장관을 만나 요르단의 입국 금지 조치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이다.
 
주한외교단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주한외교단 대상으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주한외교단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주한외교단 대상으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외교력 실종 속에 한국인은 심지어 이날 신종 코로나 진앙인 중국으로부터 입국 제한 조치를 받기까지 했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공항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50분(현지시간)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7C8501편 승객 167명을 전원 격리했다. 이 비행기에는 한국인 19명, 중국인 144명 등이 타고 있었다. 웨이하이 공항 당국은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14일간 격리 관찰하고, 증상이 없으면 수일 내 귀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전원 강제 격리에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나아가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중국은 한국 등 국가를 상대로 시급히 방역 조치를 취하라. 한시가 급하다"는 글을 발표했다.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오는 모든 사람은 마땅히 14일간 격리해야 한다"며 "한국민이 자부심이 강하긴 하나 중국이 부득불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해달라는 여론이 빗발치는데도 후베이성에서 온 외국인(중국인 포함)에 대해서만 입국을 제한하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에 대해선 발열 등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강제 격리 없이 입국을 허용해왔다. 그런데 정작 한국민은 중국 일부 성에 입국하려면 검사를 받거나 강제 격리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앞서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17쌍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간이침대만 놓인 병원으로 안내됐다. 몇 시간 뒤 주마다가스카르 대사관 영사가 도착했지만, 모리셔스 당국은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선 이날까지 무려 1300여 명의 한국인이 이스라엘 국민의 ‘고 홈(Go Home) 고 홈’ 조롱을 들으면서 쫓기듯이 조기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부는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 소식이 외신 또는 본인들의 SNS를 통해 국내에 알려질 때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전에 이를 막거나 출국 국민에게 알리기는커녕 사태가 발생한 후 현지 공관의 영사를 파견하는 것 외엔 속수무책이다. “상대국의 조치가 우리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데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다”가 사실상 대응책의 전부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사전 예고 없이 한국인 입국 금지를 하는 나라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를 아직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정부의 느슨한 시각이 드러난 것이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중국발 외국인(중국인 포함) 입국 금지 확대를 놓곤 사실상 여론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특히, 중국이 적반하장 식으로 한국민 입국 제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이런 조치가 중국의 다른 성에서 언제 추가될지 모를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발생 3위 국인 일본과 비교할 때도 지나치게 미온적이다. 일본 역시 당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후베이성만 입국 금지를 했지만 일본 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저장(浙江)성을 추가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가 24일 "이제라도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가 24일 "이제라도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전면적인 입국 금지가 어렵다면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온 3~5개 성으로 입국 제한을 확대하자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정부는 이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발병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제한 강화를 주장해온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 감역력, 긴 잠복기,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중국의 성 중에서 인적 교류가 많고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상위 지역 1~2곳에 대해 추가로 입국을 막아 위험지역으로부터 바이러스 총량 유입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민정·위문희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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