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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식당서 쫓겨나다시피"···이스라엘 순례객 300명 귀국

중앙일보 2020.02.25 17:31
지난 19일(현지시간) 성지순례를 위해 예루살렘에 도착한 A씨(32)는 22일부터 3일간 이스라엘 갈릴리에 있는 호텔에 격리돼있었다. A씨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밥을 호텔 측에서 배식받았지만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이스라엘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24일 오후 4시 이스라엘 정부 1차 전세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한 관광객이다. 그는 "27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22일 이후 남은 여행 일정을 마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11시에 예루살렘 공항에 도착한 A씨는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공항 내 임시 텐트로 이동했다. 이스라엘 전세기를 기다리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발열검사와 수속검사를 모두 마쳤다고 한다. A씨는 "텐트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강제적으로 몰아놓지는 않았다"며 "한국인을 보는 시선이 안 좋아질까봐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귀국 전세기를 기다렸던 이스라엘 공항 근처 텐트. [사진 현지교민 제공]

한국인 관광객들이 귀국 전세기를 기다렸던 이스라엘 공항 근처 텐트. [사진 현지교민 제공]

 

"한국인 보는 시선 안 좋아질까 봐…"

이스라엘 예루살렘교회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300여명은 1박 2일간 이스라엘 공항 입국장 한쪽에 있는 대형 텐트를 거쳐갔다. 일부 한국인들은 이틀 동안 숙박을 하기도 했다. 약 400평 규모의 텐트 내부에는 교민들을 위한 의자·테이블·매트리스·화장실이 마련돼 있었고, 한편에는 이스라엘 교민들이 준비한 음식과 물품들이 쌓여있었다. 이 텐트는 평소 공항의 대기실 중 하나로 쓰이지만 이스라엘 정부 측이 22일부터 3일간 한국인들을 위해 내줬다. 
 
텐트에 모인 한국인들은 대부분 지친 기색이었다고 한다. 이날 교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던 이스라엘 예루살렘교회의 한 한국인 전도사는 "대부분 갑작스럽게 일정이 취소되고 호텔과 식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분들이 이곳에서 숙박했다"며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리며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고 말했다. 
 
24일 텐트에서 6시간 동안 대기했던 한국인 관광객 강모(48)씨는 "현지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면서도 "텐트 내 분위기는 어지럽지 않았고 대사관 직원들이 잘 안내해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 조기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이스라엘 1차 전세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스라엘에서 조기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이스라엘 1차 전세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25일(한국시간) 오후 3시 2차 전세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강씨는 "전세기 내부 파일럿과 승무원은 모두 이스라엘 사람이었고 대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한국인도 두 분 탔다"면서 "모두 부드럽게 잘 안내해줬다"고 전했다.  
 

"귀국민 특별검역 후 자가격리 조치" 

25일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이스라엘에서 귀국한 한국인들에 대해 특별검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증상을 확인한 뒤 주소 등 개인정보를 받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특별검역을 실시한다"며 "귀국한 분들은 집에서 2주간 자가격리하며 하루 2번 질본의 통화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되돌아온 한국인 여행객들이 25일 오전 입국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스라엘에서 되돌아온 한국인 여행객들이 25일 오전 입국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추가 귀국 원하는 한국인 연락 달라"  

이스라엘 전세기는 25일 오전 9시, 오후 3시(한국시간) 두 차례에 걸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각각 221명, 197명으로 이스라엘에서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은 총 417명이다. 이외에 타 국적기로 귀국한 한국인은 약 300명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현재 이스라엘에 남은 한국인 단기체류자를 약 5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부가 곧 3차 전세기를 운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은 현재 "추가로 귀국을 원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수요를 파악해 임시항공편을 마련하고 있다"는 공지를 한 상태다. 
  
석경민·편광현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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