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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내고 코로나 사투현장 달려간 대구의사회장…"시민 구하자"

중앙일보 2020.02.25 16:57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 동산명원(중구). 전담병원 지정 이후 건물 전체가 격리돼 일반 환자는 출입할 수 없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 동산명원(중구). 전담병원 지정 이후 건물 전체가 격리돼 일반 환자는 출입할 수 없다. 중앙포토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 시민들을 구합시다.”
 
2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의사회 소속 회원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성구(60) 대구의사회장이 5700여 명 회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인력 자원에 참여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A4용지 한장 분량의 호소문이 담겼다. 
 
이 회장은 “대구는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형제·자녀가 매일매일을 살아내는 삶의 터전”이라며 “그 터전이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다”고 했다. 이어 “응급실은 폐쇄되고 코로나19 선별 검사소에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쳐나지만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군의무 인력 지원에도 턱없이 부족 

실제 대구시는 최근 101명의 군(軍) 의무 인력도 파견받았다. 하지만 이 규모로는 2곳 거점병원의 지원도 부족한 현실이다. 
 
일주일 만에 대구시의 코로나 19 환자는 1명에서 500명으로 늘었다. 대구의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61·여) 발생 이후 같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또는 이들 신도와 접촉한 일반인이 ‘양성’으로 판정받으면서다. 아직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신도 등으로 환자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상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와 간호사 등 최소 300여명이 더 필요하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료인력 추가지원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회장이 직접 지역 의사들에게 자원봉사를 독려한 것이다. 그는 “저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대구의 5700명 의사가 앞서서 질병과의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의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고 호소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달라”며 “일과를 마친 동료 의사 여러분들도 달려와 달라”고 요청했다. 또 그는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댓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 눈물로 시민들과 대구를 구하자”고 맺었다. 
 

이 회장은 공동 운영하던 개인 의원에 이날부터 10여일간의 휴가를 냈다. 이후 국가지정 코로나19 치료 거점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이 회장이 문자를 보낸 뒤 바로 의료 봉사활동에 나섰다. ‘할 일이 너무 많다’며 회장부터 지원한 것”이라며 “동료 의사들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내 거점병원 등으로 의료 자원봉사를 지원하려면 대구시의사회로 연락하면 된다.   
 
대구시의사회에는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30여명의 의료진이 자원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김민욱 기자, 대구=김정석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아래는 이성구 회장이 의사회 회원들에게 보낸 호소문 전문
5700 의사 동료 여러분들의 궐기를 촉구합니다! (대구시 의사회장 이성구)

 
존경하는 5700 의사 동료 여러분!
지금 대구는 유사 이래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감염자의 숫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대구에서만 매일 100여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경제는 마비되고 도심은 점점 텅 빈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를 보아야 하는 응급실은 폐쇄되고 병을 진단하는 선별검사소에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쳐나는데다 의료인력은 턱없이 모자라 신속한 진단조차 어렵고, 심지어 확진된 환자들조차 병실이 없어 입원치료 대신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랑하는 의사 동료 여러분!  
우리 대구의 형제 자매들은 공포와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의사들만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응급실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우리의 선후배 동료들이 업무에 지쳐 쓰러지거나 치료과정에 환자와 접촉하여 하나 둘씩 격리되고 있습니다.  
환자는 넘쳐나지만 의사들의 일손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권영진 시장은 눈물로써 의사들의 동참과 도움을 호소하고 있고,  
 
국방업무에 매진해야할 군의관들과 공중보건의까지 대구를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사 동료 여러분!  
저도 의사 동료 여러분들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나, 대구는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가 매일매일을 살아내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 터전이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습니다.  
 
우리 대구의 5700 의사들이 앞서서 질병과의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의 전사로 분연히 일어섭시다.  
우리 모두 생명을 존중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선후배 형제로서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소명을 다합시다.  
 
먼저 응급실이건, 격리병원이건 각자 자기 전선에서 불퇴전의 용기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웁시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주십시오.  
방역 당국은 더 많은 의료진을 구하기 위해 지금 발을 동동 구르며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과를 마치신 의사 동료 여러분들도 선별진료소로, 격리병동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 바로 저와 의사회로 지원 신청을 해주십시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댓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  
 
사랑하는 의사 동료 여러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요 어려울 때 노력이 빛을 발합니다.  
지금 바로 신청해 주시고 달려와 주십시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제가 먼저 제일 위험하고 힘든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대구광역시 의사회장 이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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