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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죄인이냐""대구가 버려졌다"···'봉쇄'에 들끓는 민심

중앙일보 2020.02.25 16:16
권영진 대구시장. 권 시장은 25일 "봉쇄는 부정적 단어"라고 했다.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 권 시장은 25일 "봉쇄는 부정적 단어"라고 했다. 뉴스1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500명을 기록한 25일 '대구 봉쇄' 이야기가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TK)에 보통의 방역 조치보다 더 엄격한 방역 상의 봉쇄 조치를 시행한다는 의미의 봉쇄라고 해명했지만, TK의 민심은 '부글부글' 들끓었다.  
 

정부해명에도 '봉쇄' 발언에 지역 민심 들끓어
"안일하게 대처하다 이제와 대구봉쇄라니 너무 화나"
"아무리 해명해도 대구시민 입장선 이해 어려운 단어"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 '대구 봉쇄'에 대해선 들은 게 없다"면서 "정치권이 (코로나19)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쇄가 가지고 있는 (단어 자체도) 부정적이고 경우에 따라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대구 봉쇄'라는 말 자체가 상처를 준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퇴직 교사인 최봄보리(67)씨는 "봉쇄가 대구를 봉쇄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있지만, 솔직한 생각은 (정부의) 진짜 속마음이 '봉쇄' 그런 거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 대구·경북에 사는 누구나 그리 생각할 것이다. 큰 상처를 주는 말이다"고 했다. 
 
직장인 이지윤(35)씨는 "대구 시민들을 전국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감염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봉쇄라는 말을 꺼내려면 우선 구호·방역·위생물자 등을 총동원해 봐야 하지 않느냐. 지금까지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지금 와서 마치 모든 코로나19 전파 원인이 대구·경북에서 비롯된 것처럼 '봉쇄'라는 이야기를 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시민 김창일(45)씨는 "시민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지역 경제를 어렵게 하고, 소비위축을 조장하는 그런 거다"고 답답해했다.  
 
텅 빈 동대구역 플랫폼. 연합뉴스

텅 빈 동대구역 플랫폼. 연합뉴스

'봉쇄'에 대한 격한 대구 민심은 이날 전북 전주∼대구·경북 간 시외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는 소식이 더 불을 질렀다. 전주지역 버스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승객이 급감하자 전주∼대구 간 시외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엔 욕설에 가까운 글이 넘쳐난다. 페이스북에서 '#대구봉쇄'라고 검색하면, '대구 사는 게 죄인 인 것 같다.' '대구 사람은 버려졌네요.' 같은 글이 나온다. '#(해시태그)'가 더해져 검색이 가능한 글로 '고립시키네, 대구 차단, 중국인이나 막아라, 대구시민이 1000명도 안 되나?' 같은 글이 끝이 없다. 아예 "코로나 안 걸린 대구시민은 고마 다 (코로나19)에 걸러뿌란거가?" 라는 글까지 검색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대구 봉쇄' 관련 뉴스 댓글엔 "대구만 잘 막으면 코로나 조기 진압 가능하다. 이젠 대구봉쇄? 대구 시민이 죄인인가요?"라는 식의 글이 수백여건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시국에서 '봉쇄'라는 말 자체를 쓴 게 잘못이다. 여름철 방안에 모기가 들어왔다고 가정하자. 모기를 잡으려면 방문을 닫아야 하는데 방문 활짝 열어놔 놓고 모기 잡으면 잡히나. 그런데 중국 입국은 제한하지 않고 오히려 대구 봉쇄 이야기가 나왔다. 방역상 의미로 봉쇄라고 하지만 단어 자체를 쓴 게 문제다"며 "정책이 효과가 있으려면 대상자들이 납득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대구 시민들 입장에서는 모든 정책이 납득 안 되는 거다. '봉쇄' 단어 자체만 나와도 분노하는 이유다"고 해석했다.  
 
대구=김윤호·백경서·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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