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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감사, 병특 어쩌나"…갑작스런 재택근무로 우왕좌왕

중앙일보 2020.02.25 15:28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같은 기업용 솔루션은 화상회의, 업무 공유 기능 등을 지원한다. 재택 근무, 원격근무가 원활하려면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같은 기업용 솔루션은 화상회의, 업무 공유 기능 등을 지원한다. 재택 근무, 원격근무가 원활하려면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국내 기업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속속 도입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선 주주총회와 회계 결산 등 주요 일정을 앞둔 시점에 준비없이 재택근무에 돌입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들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는 회계감사 일정이다. 상장사 2296곳과 비상장사 493곳은 다음달 30일까지 2019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기업들은 법정 기한 내에 재무제표와 감사 의견을 첨부한 사업보고서 제출을 마무리 지어야한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시 최대 5일까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도입하거나 외부인 방문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정상적인 회계 결산 업무가 불가능하다.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외부감사를 어떻게 할지 회계법인과 논의 중"이라며 "우리 정도 되는 중소기업들은 다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도 비상이다. 이미 10년전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 기업 중 5%에 불과하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7일 기업들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자투표, 전자위임장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산 기간까지 고려하면 주총 3주 전에는 전자투표를 신청해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오프라인으로 주주총회를 열 경우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기업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군 복무를 대체하는 산업기능요원과 석사급 전문연구요원들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병무청 규정상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 대체 복무 요원들은 회사로 반드시 출근을 해야한다. 기업용 모바일 플랫폼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은 "24일부터 전직원 재택 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산업기능요원은 나홀로 출근하게 됐다"며 "병무청에 문의해본 결과 휴가, 병가를 쓰지않는 이상 사무실 출근을 하지않으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은 군부대 이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근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시 나중에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출근을 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직원들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산업기능요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상당수 기업들은 재택근무 경험도 없고, 재택근무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재택근무 제도는 일부 외국계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편이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한 외국계 기업은 24일 오전 사무실이 더 붐볐다. 재택근무를 강력히 권장한 첫날이었지만, 재택 근무를 예상치 못했던 직원들이 데스크탑 등 업무 장비를 집으로 옮기느라 종일 어수선했다. 개발자·디자이너 등 내근 위주로 하던 직원들은 업무용 데스크톱을 집으로 대거 옮겨 갔다.   
원격·재택근무에 필수인 화상 회의 도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화상회의 전문 서비스 '줌', '미트'(구글), 팀즈(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이용하면 멀리 떨어져있는 직원들끼리도 영상으로 원활하게 회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기업 차원에서 가입을 하고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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