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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가 큰 산처럼 …착시, 사진의 또다른 매력

중앙일보 2020.02.25 13:00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6)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 다릅니다. 크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사진 그 자체로는 절대적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사진 속 피사체의 크기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견주어 판단해야 합니다. 
 
뭔가 처음 보는 피사체를 설명하거나 아주 크거나 작은 피사체를 찍을 때는 반드시 비교 대상을 두어야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슈퍼호박이 나왔다’ 는 뉴스를 할 때는 사람이 호박을 팔로 에워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대상의 대비 효과가 사진의 주제를 분명하게 합니다.

 
사진1. 가창오리, 2020. [사진 주기중]

사진1. 가창오리, 2020. [사진 주기중]

 
사진1은 금강 하구에서 찍은 가창오리가 떼 지어 나는 장면입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겨울철새입니다. 해 질 녘이면 일제히 날아올라 군무를 펼칩니다. 가창오리 떼가 거대한 비행물체를 닮았습니다. 다리 위에 있는 버스를 보니 그 크기가 확연히 비교됩니다. 버스나, 다리, 가로등과 같은 비교 대상이 없다면 밋밋한 사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크기를 강조할 때는 우리 눈에 익숙한, 크기를 알 수 있는 피사체를 함께 넣어야 효과가 큽니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대자연의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숭고미를 강조할 때 즐겨 쓰는 기법입니다. 아래 사진2는 비교 대상으로 사람을 들어갔습니다. 대자연에 맞서는 사진가의 정신을 표현했습니다. 사진3은 한계령을 올라오는 자동차를 넣어 산의 크기와 깊이를 강조했습니다.
 
사진2. 미시령, 2014. [사진 주기중]

사진2. 미시령, 2014. [사진 주기중]

사진3. 한계령, 2019. [사진 주기중]

사진3. 한계령, 2019. [사진 주기중]

 
절대적인 크기를 보여주지 않는 사진의 특징은 분명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역이용하면 시각적인 반전을 일으킵니다. 창조적이고, 개성이 잘 나타나는 독창적인 사진 문법이 됩니다. 좋은 사진의 관건은 같은 대상을 얼마나 다르냐에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진4. Cosmos in Ice, 2014. [사진 주기중]

사진4. Cosmos in Ice, 2014. [사진 주기중]

 
사진4는 얼음 위에서 찍은 우주의 형상입니다. 사진은 크기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역이용한 사진입니다. 불과 5cm도 안 되는 얼음의 기포가 우주에 떠 있는 행성처럼 보입니다. 일종의 눈속임이지만 이 또한 사진의 매력입니다.
 
사진5.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사진5. Wave series, 2020. [사진 주기중]

 
사진5는 바다 풍경입니다. 2~3m 정도의 작은 갯바위에 불과하지만 큰 산처럼 보입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장면을 1분 동안 찍은 것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사라집니다. 파도와 하얀 포말이 뭉개져 산에 운해가 드리워진 것처럼 보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장면 같습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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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필진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 '찍는 건 니 맘, 보는 건 내 맘' 이라지만 사진은 찍는 이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매체다. 중앙일보 기자로 필드를 누볐던 필자가 일반적인 사진의 속살은 물론 사진 잘 찍는 법,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 삶 속의 사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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