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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위 한국이 할 일···"아이들과 의료기관부터 지켜라"

중앙일보 2020.02.25 05:00
경북 청도대남병원 앞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북 청도대남병원 앞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4일 오후 5시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833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진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전날인 23일 정부는 감염병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게 무엇일까.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박형욱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등 전문가 4명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 단계'라는 식의 정부 발표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는 명백한 지역사회 감염 단계”라며 “앞으로 관건은 얼마나 피해를 줄이느냐다"라고 밝혔다.  
 

① 의료기관부터 지켜야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건 의료 시스템 붕괴"

 
인터뷰에 응한 교수들은 ‘의료기관 보호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국 후베이성의 사망자가 많은 원인 중 하나가 폭증한 감염자에 비해 의료시설과 자원,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19일부터 폐쇄된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대구 지역은 20일 응급실 4곳이 동시에 폐쇄되면서 '의료공백' 위기를 겪었다. [뉴시스]

19일부터 폐쇄된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대구 지역은 20일 응급실 4곳이 동시에 폐쇄되면서 '의료공백' 위기를 겪었다. [뉴시스]

 
김우주 교수는 “지난 20일 벌어진 대구 응급실 4곳 폐쇄에서 보듯, 환자 자체보다는 의료기관 폐쇄로 인한 추가 피해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가 기존의 의료 시스템에 유입되지 않고 별도 경로로 진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의원급‧병원급‧3급종합병원 각 단계별로 코로나 분리 치료기관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지금부터 하루이틀 밖에 기회가 없다”고 덧붙였다.
 
염호기 교수도 “코로나 방역으로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의료진 감염으로 손이 부족하게 되면 코로나와 상관없는 사망자도 늘어난다”고 걱정했다. 그는 지난 19일 응급실을 폐쇄하고 다음날 외래도 문 닫았던 해운대백병원을 예로 들었다. 해운대백병원의 경우 외래 환자 중 정해진 일정대로 항암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우한 교민들을 수용했던 진천 인재개발원. 전문가들은 진천의 경우처럼 경증 환자의 경우 1인 1실을 원칙으로 일반 시설 격리수용 후 관찰도 가능하다고 본다. [연합뉴스]

우한 교민들을 수용했던 진천 인재개발원. 전문가들은 진천의 경우처럼 경증 환자의 경우 1인 1실을 원칙으로 일반 시설 격리수용 후 관찰도 가능하다고 본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중증 환자는 3차종합병원 음압격리병상(1단계), 위험인자가 있는 경증 환자는 코로나 전담 병상(2단계), 경증~무증상에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 시설격리(3단계) 혹은 자가격리(4단계)를 대안으로 내놨다. 
 
김 교수는 “전국 시립병원,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동산병원처럼 코로나 전담병상을 확보해 집중 치료해야한다”며 “1차 의료는 보건소가 감당을 못하니, 5만명당 1곳씩 전담 의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안 하면 지자체라도 나서 지역 의사회와 함께 ’코로나 의심 시 방문할 의원'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염호기 교수는 “중증의 경우 음압병상이 가장 좋지만 음압병상에는 한계가 있고, 코로나가 경증 내지는 무증상이 많은 만큼 병원이 아닌 시설격리 혹은 자가격리에 대한 지침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염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는 밀접 관찰을 위해 시설 격리하고, 그런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 자가격리하면서 보건소가 모니터링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② 환자 데이터 공유, 기준 제시

"코로나 환자가 뭔지 감이라도 잡게, 있는 데이터라도 공유해달라"

 
관련 전공 교수들은 "현장에선 국내 환자에 관한 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의 선별진료소와 동네 의원에서는 “'열+두통', '열+설사' 등 다양한 증상으로 온 환자들이 확진 판정이 나는데 감을 잡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염호기 교수는 “전파의 관건인 무증상~경증 확진자의 엑스레이나 CT, 문진 등이 공유돼야 일선에서 환자를 볼 때 그걸 기준으로 감을 잡을 수 있다”며 “대학병원이든 의원이든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환자 케이스 최소 30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오명돈 서울대 교수가 퇴원한 1번환자의 치료 경과를 설명하는 모습. 이날 발표한 정보 외에 치료 환자, 확진환자의 정보는 거의 공유되고 있지 않아 진료 현장에선 "참고할 정보가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오명돈 서울대 교수가 퇴원한 1번환자의 치료 경과를 설명하는 모습. 이날 발표한 정보 외에 치료 환자, 확진환자의 정보는 거의 공유되고 있지 않아 진료 현장에선 "참고할 정보가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김우주 교수도 “국내 확진자가 700명이 넘는데, 완치된 사람을 중심으로 확진자들의 증상만 모아도 엄청난 자료”라며 “현장에 제시할 기준을 만들고, 초기 역학조사로 예후와 특징을 파악해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한에서 데려온 교민들을 그대로 추적조사했다면 가장 유의미한 데이터가 됐을 수도 있다”며 “지금 ‘병의 특성’ 파악이 우선순위인데 다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일전에 ‘개원내과 진료지침’은 동네 병원의 구조, 상황을 전혀 모르고 낸 지침이라 무용지물이었다”면서 “이제 국내 데이터가 많아졌으니 전문가들이 모여 최일선 의원들에 배포할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늦었어도 중국발 입국은 제한해야

"한국 상황은 중국이 끝나야 끝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일 중국발 입국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입국 금지의 이유로 “입국 인원이 많아 의료 자원의 부담이 커 중국이 자체적으로 제한을 완화하기 전까지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형욱 교수는 러시아를 예로 들며 “국제법 혹은 형평성 때문에 중국발 입국제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세계건강기구(WHO)가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에서 각국이 자국 이익, 자국민 보호를 위해 외국인 입국제한을 하는 건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기업도 자발적으로 경제 활동을 줄이는데, 국가 차원의 이동‧교류 축소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통제 불가능한 외국인 입국을 막는 게 내국인 보호고, 국가의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홍콩발 입국 여행객에게 검역 후 '자가진단앱' 설치를 안내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홍콩발 입국 여행객에게 검역 후 '자가진단앱' 설치를 안내하는 모습. [연합뉴스]

 
염호기 교수도 “우리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고, 이 사태는 우한에서 마지막 환자가 다 나은 뒤 14일이 지나야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늦었어도 입국 제한은 필요하다. 국내에서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바이러스가 퍼진 중국에서 또 들어오면 소용없다”고 덧붙였다. 
  

④방역에 ‘차별’·‘배제’ 프레임 씌우지 말아야

"방역은 분리·격리가 기본이다"

 
교수들은 ‘방역’을 차별이나 배제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 박형욱 교수는 “방역‧검역 자체가 격리‧배제가 원칙”이라며 “최대잠복기가 14일인데 40일을 격리하는 것은 무분별한 배제지만, 14일을 격리하는 건 과학에 근거한 방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예방의학회의 성명을 비롯해 관련 단체나 정부 브리핑에서 ‘중국인’과 ‘중국 입국자’를 섞어 쓴 데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체류자’가 방역 대상인데 ‘중국인’이라는 단어를 써 차별‧혐오라고 착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상적인 방역과 무분별한 배제를 구별하지 않고 섞어 쓰면서 오히려 대중의 혼란을 불러왔고 초기 방역이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확진자가 급증한 23일, 한국발 항공기 탑승객 입국을 거부당해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관광객들. [뉴스1]

국내 확진자가 급증한 23일, 한국발 항공기 탑승객 입국을 거부당해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관광객들. [뉴스1]

 
김우주 교수는 "방역은 과학적 근거로 하는 것인데, 정치·이념·종교 등이 개입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며 "잘못된 정보로 오는 혼돈·방심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⑤대응 체계 다 뜯어고쳐야 

"질본에 전권 줘야 한다"

 
최재욱 교수는 “대통령의 ‘과도한 대응이 낫다’는 말 이후에도 선제적 대응은 없었다”며 “늘 추이를 보다가 환자가 늘어나면 그제야 따라가는 식으론 질본과 지자체·보건소·병원 모두 고생만 하고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지역사회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무증상 환자가 워낙 많지만, 전국에 촘촘한 검사망을 치고 발열환자나 유증상 환자라도 빨리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br〉〈br〉[뉴스1]

24일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br〉〈br〉[뉴스1]

 
정부는 23일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며 정세균 총리 주재의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새롭게 세웠다. 그러나 박 교수는 “지금은 '감염병 위기상황'이다. 총리도 대통령도 아니라, 실무를 직접 하는 전문가 집단인 질본에 전권을 주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염호기 교수도 “정치‧경제적인 고려는 차후의 일이고, 감염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질병관리본부장이 모든 권한을 쥐고 컨트롤해야 한다”며 “방역에 행안부·외교부 등 다른 부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돕더라도, 전체 전략은 질본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염 교수는 여기에 더해 최근 초중고 개학 1주일 연기, 대학 개강 2주 연기에 대해서도 “1주일 연기로는 부족하다. 무증상에서 콧물 감염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옮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어설픈 대응보다, 화끈하게 ‘과도한 대응’을 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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