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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밈 선거운동

중앙일보 2020.02.25 00:22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세계 최대 갑부 중 한 명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올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후보 경선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는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밈 2020’이라는 낯선 선거운동 전략을 내세웠다.
 
‘밈(meme)’이란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농담이나 장난·행동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짤’이라는 우스운 이미지들이 대표적인 밈의 사례다. 언뜻 생각하면 78세의 나이든 갑부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밈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블룸버그의 선거운동본부는 인터넷 문화를 잘 이해하는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를 이용해서 밈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 캠프가 퍼뜨리는 밈은 그의 공약에 관한 것도 아니고, 그를 돋보이게 하려는 내용도 아니다. 그저 ‘유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돈으로 밈을 사려는, 개념 없는 부자 노인’이라는 컨셉을 가진 자조적, 자기비하적 농담이다. 후보를 우습게 보이게 만드는 게 무슨 이득이 될까 싶지만, 황당한 밈을 보고 사람들이 이야기하게 하고, 언론에서 그 현상에 대해서 떠들게 만드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치인은 자기 이름이 나온 기사는 부고 기사만 아니면 다 좋아한다”는 것과 같은 원칙이다.
 
밈 선거운동은 2016년 트럼프 선거진영에서 사용했던 방식이다. 트럼프에 대한 민주당 진영의 공격을 밈으로 만들어 바이럴을 일으키면서 초기에만 해도 군소 후보에 지나지 않았던 트럼프가 언론의 관심 1위로 올라섰고, 많은 언론보도는 그를 주요 후보로 바꿔놓았다.
 
인터넷의 주요 소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밈이 앞으로는 정치영역에서도 보편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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