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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리아 포비아’ 확산…우리 여행객·교민 철저히 챙겨야

중앙일보 2020.02.25 00:16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코로나19 감염국으로 떠오르면서 ‘코리아 포비아’(한국 기피증)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신규 확진 환자가 확연히 준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지난 19일 이후 비명이 터져나올 정도로 감염자가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입국 금지 등에 따른 피해 최소화 절실해
한인 배척 대비한 현황·소재지 파악 시급

이 같은 추세로 한국인의 입국을 아예 막거나 강력히 규제하는 나라가 속속 늘고 있다. 24일 현재 이런 조치에 들어간 국가는 15개국으로 이스라엘·바레인·요르단 등 6개국은 입국 금지를, 브루나이·영국·카자흐스탄 등 나머지 9개국은 별도 장소에서의 검역 검사 등을 의무화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주의)에서 2단계(경계)로 올렸다.
 
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됐다는 사정은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입국 금지와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불편은 가능한 한 줄이는 게 마땅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스라엘과 모리셔스에서 벌어진 한국인 문전박대는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 22일 이스라엘 당국은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170여 명을 타고 간 비행기에 태워 되돌려 보냈다. 입국 금지나 규제 강화를 공식적으로 취한 나라는 아니지만 모리셔스에서 일어난 일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모리셔스 당국은 지난 23일 도착한 신혼부부 17쌍 중 몇몇이 감기 증세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 모두의 입국을 거부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수록 한국인들이 이처럼 험한 꼴을 당할 가능성은 커질 게 틀림없다.
 
다른 나라가 입국 금지 등을 내리는 걸 막을 수는 없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당국의 임무다. 이스라엘 측과 긴밀하게 소통했더라면 출국 자체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코리아 포비아의 확산은 여러 방면에서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신인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의 해외여행에 지장이 생겨 경제적 활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한국제 상품에 대한 기피 현상마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뿐 아니라 각국에 흩어져 있는 여행객과 교민들의 안전 문제도 당장 챙겨야 할 발등의 불이다. 코리아 포비아가 한국인 배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인 여행객 200여 명을 예루살렘 근처 군부대에 격리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여행객 및 교민들의 현황과 소재지 등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해당국 정부가 어떤 조처를 할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래야 굼뜬 정부의 행동 탓에 일어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우리 교민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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