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곳곳서 한국인 거부당하는데···강경화는 자리에 없다

중앙일보 2020.02.25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한국민이 제3국에서 속속 입국을 거부당하기 시작한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곧이어 독일과 영국을 방문한 뒤 27일 귀국한다. 초유의 ‘코리아 포비아’ 상황에서 재외국민 보호를 책임지는 외교 수장의 부재는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view]
강 장관, 제네바 군축회의 참석
북핵 중요해도 국가적 재난상황
국민 불리한 대우 막는 게 급선무
물밑 외교? 국민에 결과 보여줘야

이를 고려한 듯 강 장관은 제네바 외교를 코로나19 관련 활동으로 시작했다. 23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났다. 외교부는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의 ‘총력 대응’을 평가하며 “한국이 우수한 대응체계를 갖춰 코로나19 사태도 잘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800명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중국 체류객 입국금지 등엔 선을 긋는 등 정부 대응이 안일하다는 국내적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선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칭찬’을 받았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그가 친중적 태도로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한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관련기사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외교는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문제는 우선순위와 사안의 경중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다. 강 장관의 출장에 대해 외교부는 “군축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정부의 노력 등을 설명할 것”이라며 북핵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독일 일정도 군축·핵비확산금지조약 관련 장관회의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금은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국가의 외교장관과 접촉해 철회를 설득하고, 재외 공관을 지휘해 한국민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막는 게 급선무”라며 “빠른 조치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도 나서도록 조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5~26일 예정된 한·독 및 한·영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이를 의제로 올려 한국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이 없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이사회 참석도 중요한 다자외교 일정이다. 하지만 그간 북한 인권에 대한 태도를 보면 정부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 문제를 중시해 왔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북한 선원 두 명을 북송한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당장 같은 민족의 인권은 못 챙기면서 다른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출장으로 구설에 오른 것도 처음은 아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 강 장관은 일주일간 아프리카 출장을 가 야당 등의 비판을 받았다.
 
국내에 있으나, 해외에 있으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도 있을 게다. 사실 정작 중요한 일들은 물밑에서 진행되는 진정한 외교란 그렇게 보이곤 한다. 다만 정말 그런 것이라면, 국민에게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