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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때도 없던 전국 법원 휴정권고···정경심 재판도 밀렸다

중앙일보 2020.02.24 18:32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 걸린 조국 전 장관 관련 현수막.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 걸린 조국 전 장관 관련 현수막. [뉴스1]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의 휴정을 권고하자 각급 법원의 주요 재판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조재연(64)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각급 법원이 위치한 지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고려해 긴급을 요하는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재판을 연기·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 일가 재판 줄줄이 밀릴 듯  

이에 따라 당장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예정됐던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52)의 재판과 27일로 예정된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모두 연기됐다. 정 교수 재판 전날인 26일에 있을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37)의 재판도 미뤄질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첫 공판기일이 3월 20일로 잡혀있어 연기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해 10월 휠체어를 타고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휠체어를 타고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의 모습. [연합뉴스]

주요 사건이 몰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24일 법원행정처의 권고에 따라 법원장과 수석부장들이 회의를 열고 각 재판부에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2주간 휴정기에 준하는 탄력적인 재판 운용을 권고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재판 진행이 필요할 경우 소송 당사자와 피고인, 방청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가급적 허용토록 했다. 
 
중앙지법은 또한 각 재판부에 조 전 장관 일가 재판과 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의 방청제한을 적극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정경심 교수 재판은 재판 시작 전부터 줄을 서야 방청이 가능하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조 전 장관 일가 재판 방청이 일부 제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세 번째 재판이 열리는 지난 2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방청권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세 번째 재판이 열리는 지난 2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방청권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휴정 지시가 아닌 휴정 권고를 한 이유 

각 재판의 경우 재판 독립 원칙에 따라 재판을 맡은 재판장만이 기일 변경 등 휴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의 법원장은 재판부에 휴정 지시가 아닌 권고만을 할 수 있다.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곧 만료되거나 구속 여부가 결정 나는 긴급한 사건이 아닌 경우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해주길 권고하는 것"이라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강제성은 없지만 대부분의 재판부가 법원행정처의 권고대로 재판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대구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은 법원행정처의 휴정 권고 전 자체적으로 2주간의 휴정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대한변협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된 만큼 24일 법원행정처에 전국 법원 특별 휴정을 요청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때도 없었던 전국 휴정 권고

법원행정처가 매년 여름(7~8월)과 겨울(1~2월) 휴정 기간이 아닌 시기에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한 것은 2006년 법원 휴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는 휴정 제도 자체가 도입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터졌을 땐 지금 코로나 사태만큼 확진자가 많지 않아 별도의 휴정 권고는 없었다. 
 
재경지법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 생활을 20년 넘게 하며 감염병으로 전국 법원의 휴정 권고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25일 김인겸(57) 법원행정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기대응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코로나 대응 방침을 각급 법원에 권고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만큼 법원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재판 진행의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검찰도 코로나 범죄에 엄벌 방침 

한편, 대검찰청도 각 지방 검찰청에 코로나TF를 구성해 법원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특별 대응에 나섰다. 주요 사건이 몰린 서울중앙지검은 이성윤(58) 지검장의 지시에 따라 코로나 관련 범죄에 대응하는 보건범죄대책반, 가짜뉴스대책반, 집회대책반 등을 만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코로나 역학조사 거부행위 ▶입원 또는 격리 등 조치 거부행위 ▶관공서 상대 감염 사실 등 허위 신고행위 ▶가짜뉴스 유포행위 ▶집회 관련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태인·이수정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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