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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보면 '코로나' 외치며 도망쳐"···이스라엘 혐한 확산

중앙일보 2020.02.24 15:56
이스라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우려해 한국인 관광객들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인 하르 길로의 군사기지에 격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당 주민들이 23일 ‘코로나 반대’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우려해 한국인 관광객들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인 하르 길로의 군사기지에 격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당 주민들이 23일 ‘코로나 반대’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랍 사람들이 한국인들만 보면 ‘코로나!’라고 소리치며 코와 입을 막고 도망가는 행동을 합니다.”(여행사 대표) 
“이스라엘에서는 한인들을 마치 바이러스 덩어리처럼 보고 있습니다.”(한인민박 운영자)
 
이스라엘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전한 이스라엘 내 한국에 대한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스라엘에도 확산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을 포함 중국, 일본 등의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스라엘의 '코리아 포비아' '혐한' 분위기도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 전문 여행사인 다원 이스라엘 투어 아담 야이르(34) 대표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한국인을 피하고, 놀리는 행동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스라엘 보도도 주로 보건부나 관광청이 강제로 한국인 격리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 기사들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지의 한인 민박을 운영하는 임모씨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집뿐만 아니라 차량을 빌려주는 것도 거절하고 있고, 시장이나 대중교통, 학교에 한국인들이 다니는 것도 불편해하고 있다”며 “한국인이라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진도 찍어대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식당 '입장 금지'…버스에서 숙식 해결 중"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인 다비드투어 이윤 대표도 이날 통화에서 “처음에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인 순례객이나 관광객을 14일간 호텔에서 자가 격리조치한 뒤 14일이 지난 다음에 내보낸다고 했는데, 지금 호텔에서 한국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있다”며 “다른 호텔에 가면 받지도 않고, 아예 잘 곳을 구하지 못해서 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한인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근 목사도 현지의 어려운 사정을 전했다. 이 목사는 e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금 이스라엘이 수학여행 시즌이다보니 순례자들과 이동 동선이 겹친 경우가 많아 많은 학교의 학생들이 수십명씩 집단 격리 조치를 당한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한국인들의 학교 등교 및 모임 참석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코로나19’확진자 지역확산 우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코로나19’확진자 지역확산 우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지 언론 "24일부터 전세기로 한국인 출국할 것" 

현지 언론에 '와이넷' 따르면 24일(현지시간)부터 이스라엘 국책 항공사인 엘알 이스라엘 항공 등이 한국인들을 위한 전세 비행기를 마련해 출국시킬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첫 비행기를 통해 약 200명의 한국인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이스라엘에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일정한 장소를 섭외해 일단 나가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고 생리적인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리셔스 격리된 신혼부부들 "기약 없이 대기 중"

24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한국 관광객들이 격리된 수용시설의 모습. [독자 제공]

24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한국 관광객들이 격리된 수용시설의 모습. [독자 제공]

한편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모리셔스에서도 한국인 신혼여행 17쌍에 대한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모리셔스는 한국에서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들은 23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쯤 모리셔스 공항에 도착했는데, 여권이 압수된 채 입국이 거부됐다. 공항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모리셔스 공항에서 떨어진 병원과 수용시설에 나뉘어 격리돼 있는 상태다.  
 
모리셔스에 격리돼 있는 한 신혼부부의 가족 이모씨는 이날 통화에서 “잠깐씩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되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총 34명 중 4명은 병원으로 30명은 유스호스텔처럼 보이는 수용시설로 나눠져서 격리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이 격리된 시설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운 나라인데도 에어컨이 없고, 창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와 열 수 없다고 한다. 이씨는 “어제 모리셔스 영사 콜센터에 전화했는데 ‘모리셔스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쪽에서 강력하게 이야기는 하지만, 모리셔스 측 장관 회의가 끝나야 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이들의 입국 여부는 24일(현지시간) 오전에 열릴 모리셔스 장관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후연·함민정·석경민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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