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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코로나 번진 5가지 이유 … “중동에 번지면 쑥대밭”

중앙일보 2020.02.24 11:56
이란 내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자 이란과의 국경을 차단하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터키·파키스탄·이라크 등 국경 폐쇄
사망자 8명, 확진자 43명으로 급증
中과 교류, 예배와 인사 방식도 영향
“의료 열악, 정보통제 중동 피해 클 것”

24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밝힌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12명, 감염자는 61명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중동에서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사망자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란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의 인접 국가들을 중심으로 강력 조치를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24일 현지 매체를 인용해 이란의 도시 곰에서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5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정부는 즉각 부인하기도 했다.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23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이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23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이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 정부는 23일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란과 통하는 육로와 철로를 당분간 봉쇄한다. 이란발 항공편 운항도 막는다”고 발표했다고 신화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터키는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경 도로와 철로는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폐쇄됐다. 이란발 항공편도 이날 오후 8시부터 중단됐다. 다만 화물을 나르는 차량과 기차는 엄격한 검역 아래 운행한다고 전해진다.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쓴 이란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쓴 이란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역시 23일부터 이란과의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아르메니아는 앞으로 2주일 동안 이란과 국경을 차단하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도 이란과 통하는 국경 폐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민의 이란 여행을 금지했고, 쿠웨이트 항공은 이란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 19일이다. 이날 2명이 발생한 데 이어 4일만에 사망자가 8명까지 증가한 것이다. 확진자 역시 같은 기간 2명에서 43명으로 늘었다. 또 700여명이 의심 증세를 보여 앞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中과 교류, 예배당, 총선, 열악한 의료시설이 확산 영향  

 
왜 중동 국가 가운데서도 유독 이란에서 사망자과 확진자가 많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5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이란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이란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란의 신종 코로나 첫 사망자 역시 정기적으로 중국에 다녀 온 상인으로 밝혀졌다. 또 사업 등을 이유로 이란 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많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이란 곳곳에 악수를 하지 말자는 포스터가 붙고 있다. 이란어로 '사랑하니까 악수하지 않아요'라고 써 있다.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이란 곳곳에 악수를 하지 말자는 포스터가 붙고 있다. 이란어로 '사랑하니까 악수하지 않아요'라고 써 있다. [트위터 캡처]


이란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스크(이슬람교의 예배당)의 예배 방식도 원인으로 꼽힌다. 신자들은 바닥에서 가까이 앉아 예배를 보기 때문에 접촉 확률이 높다. 이란 모스크에는 중동 지역 다른 국가들의 사람들도 자주 찾아온다.  
 
지난해 이란 테헤란 북부 이맘자데 살레 모스크에서 라마단을 맞아 금식을 마친 시민들이 모스크가 무료로 제공하는 저녁식사 '이프타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이란 테헤란 북부 이맘자데 살레 모스크에서 라마단을 맞아 금식을 마친 시민들이 모스크가 무료로 제공하는 저녁식사 '이프타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인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도입이 어려운 탓도 있다.

21일 치러진 이란의 총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세력인 보수파 등이 선거에만 몰두해 신종 코로나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외에도 코를 비비거나 악수하는 ‘중동식 인사’도 한 몫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이란 내에선 이처럼 신체를 접촉하는 인사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이란에선 지난 21일 총선이 치러졌다. 이란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도 마스크를 쓴 시민이 보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란에선 지난 21일 총선이 치러졌다. 이란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도 마스크를 쓴 시민이 보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란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중동의 다른 국가들에도 번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중동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중동 국가들은 쿠웨이트 정도를 제외하곤 공항에서 발열 검사 등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중동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신종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피해가 엄청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정보 통제’가 심한 중동 국가들의 특성상 신종 코로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알려진 것보다 실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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