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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무죄‘가 연 판도라 상자···렌터카 업체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2020.02.24 05:01
'타다는 렌터카야? 택시야?'
'둘 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가 23일 ‘택시 상생안’을 발표했다. 고급택시 사업을 키우는 내용이다. 개인택시 기사나 법인택시가 ‘타다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차량 구입비를 대당 500만원 지원하고, 첫 3개월은 수수료도 안 받겠다는 것. 일반 운전면허 소지자가 렌터카를 모는 ‘타다 베이직’과 달리, 타다 프리미엄은 '택시 기사만' 할 수 있다. 지난주 법원에서 ‘렌터카 호출은 무죄’ 판결을 받은 타다가 ‘택시 끌어안기’를 시작한 셈이다. 
고급 택시 전용 플랫폼인 '타다 프리미엄' [사진 VCNC]

고급 택시 전용 플랫폼인 '타다 프리미엄' [사진 VCNC]

①혼란에 빠진 시장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한 모빌리티 업계의 반응이다. 창업가(이재웅·박재욱 대표)가 사법처리 되지 않은 데 환영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에 우려했다. 특히, 기존 렌터카 업체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다 무죄 판결로 ‘운송사업은 택시 면허에 기반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가이드가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타다의 전쟁'도 끝나지 않았다. 국회에는 기사 딸린 렌터카인 ‘타다 방식’을 사실상 금지하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박홍근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 중이다.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연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②관전 포인트: '문이 두 개?'

모빌리티 업체들에게는 ‘돈 안 내는 뒷문’(렌터카)과 ‘돈 내는 앞문’(플랫폼 택시)이 함께 열린 격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내놓은 ‘택시 혁신안’과 박홍근 의원 법안의 핵심은 ‘렌터카 호출 서비스는 하지 말고, 택시 면허를 사서 그 기반으로 사업하라’는 것이다. 택시 면허를 돈 주고 인수하거나, 택시업계에 기여금을 내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의 ‘셔클’은 이 취지에 맞는 '플랫폼 택시' 모델이다. 이들은 택시 면허를 인수하거나 가맹을 맺었다. ‘우버 택시’나 ‘반반택시’(동승 플랫폼)도 택시와 승객을 중개해주는 모델이다. 그러나 타다의 '렌터카 모델’이 용인되면 1대당 면허값 수천만원이 드는 플랫폼 택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 .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가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시범운영하는 합승 택시 ‘셔클’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가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시범운영하는 합승 택시 ‘셔클’ [사진 현대자동차]

 

③'대자본 렌터카 호출' 나올까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업체 창업자는 “택시 기반과 렌터카 기반 사업 사이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다. 택시 기반의 ‘카카오 벤티’나 ‘셔클’은 기존 택시를 참여시키거나 면허를 사들여야 해 확산 속도가 느리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대형택시 카카오벤티는 시범 서비스 목표 100대를 아직 못 채웠다. 이달 초 개인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차를 사서 카카오벤티에 가입하면 대당 7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승합택시 ‘카카오 벤티’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승합택시 ‘카카오 벤티’ [연합뉴스]

타다가 먼저 뛰어든 이 시장에 거대 자본이 뛰어들 지도 관심사다. 타다의 규제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그때부턴 규모의 경쟁이 시작된다. 타다도 영업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 시장을 잡으려면 관건은 자본과 기술력이다. 차량 호출로 시작해 금융·보험·배달까지 뻗은 동남아의 ‘그랩’ 처럼, 모빌리티를 선점하면 그 지역의 슈퍼 앱이 될 수 있다.

 

④위기의 국토부

국토부는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택시 혁신안을 내놨으나 모빌리티 업체가 택시에 내야 할 기여금 규모를 놓고 국토부가 나섰던 중재는 실패로 끝났다. ‘스타트업에는 기여금을 면제하겠다’고 했다가 택시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논의가 중단됐다. 모빌리티 업체들에 국토부는 ‘타다만 일단 막아놓고 나중에 딴 소리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줬다. 당시 논의를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정책 기조가 흔들린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져버려서…”라며 말을 아꼈다.
 

⑤택시업계, 단합될까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오는 25일 총파업과 여의도 국회 앞 ‘여객운수법 개정안 즉시 통과’ 대규모 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아웃’ 집회를 벌인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아웃’ 집회를 벌인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코로나19가 집회의 걸림돌인 데다, 내부 단결도 예전 같지 않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전액관리제(택시기사 월급제)’를 놓고 택시회사와 기사들이 대립하고 있어서다. 택시회사들은 ‘경영이 어려우니 시행을 미뤄달라’ 정부에 요청했고, 택시노조연맹은 빨리 제대로 시행하라는 입장이다. 개별 기사들은 찬반 의견이 갈린다. 택시업계가 똘똘 뭉쳐 타다 반대 집회를 열었던 작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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