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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투표로만 10석 가능”···‘30% 무당층’ 겨눈 중도정당 봇물

중앙일보 2020.02.24 05:00
중도층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3일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는 두 개의 정당이 동시에 창당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과 이원재ㆍ조정훈 공동대표가 얼굴인 ‘시대전환’이다.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절차를 마치면 등록정당 수는 41개로 늘어난다. 3개의 호남기반 원내정당(바른미래당ㆍ대안신당ㆍ대안신당)이 합당해 24일 출범하는 신당(당명 미정)도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시대전환' 창당대회가 열렸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시대전환 이원재·조정훈 공동대표, 신지예 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시대전환' 창당대회가 열렸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시대전환 이원재·조정훈 공동대표, 신지예 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 [연합뉴스]

‘반민주당·반미래통합당’ 같은 길

 
구체적인 슬로건과 정책은 다르지만, 더불어민주당보다는 경제성장과 규제개혁에 적극적이고, 미래통합당에 비해선 분배의 중요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선은 유사하다.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필요성은 느끼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법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같다.
 
안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문에서 “(양대 정당의 기득권 때문에)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한 이후에도 산업화 이후의 제2산업화, 민주화 이후의 더 진일보된 민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새롭게 다시 태어난 ‘국민의당’이 진정한 실용적 중도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대전환이 꿈꾸는 혁신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기틀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 가치와 비전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을 앞둔 3당 역시 지난 20일 합당선언문에 중도ㆍ실용ㆍ민생ㆍ개혁이라는 키워드를 적시했다. 통합에 앞서 구성된 원내교섭단체(민주통합의원모임)의 대표인 유성엽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연설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적폐를 쌓으며 남북관계를 파탄 내고 경제까지 망친 세력들이 반성은 없이 이제 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의 티끌만 지적하는 셈”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망쳐놓은 경제를 다시 살려내야 했는데 오히려 더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안철수호 승선’…중도층 놓고 경합

 
국민의당 '2020 국민의당 e-창당대회'가 23일 서울 삼성동 서울종합예술학교 SAC아트홀에서 열렸다. 안철수 대표의 발언 모습은 전국 각 지역 당협위에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당 '2020 국민의당 e-창당대회'가 23일 서울 삼성동 서울종합예술학교 SAC아트홀에서 열렸다. 안철수 대표의 발언 모습은 전국 각 지역 당협위에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오종택 기자

한때 각기 다른 이유로 안 대표와 함께 한 적이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세력을 제외하면 원내 3당 소속 의원 및 당직자 대부분은 2016년 총선을 ‘국민의당’ 타이틀로 치렀다. 당시 국민의당의 브랜드 파워는 안철수 대표에게서 나왔고, 시대전환의 이원재 대표는 정책기획실장을 맡아 민주당 및 새누리당과 차별화되는 정책을 생산해 냈다. 시대전환을 자문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한때 안 대표의 멘토였다.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구성요소들이 안철수 인물 본인은 '국민의당 시즌 2'로, 세대교체라는 콘셉트는 시대전환으로, 조직력과 지역기반은 호남 3당 통합 신당으로 찢어진 셈이다.  
 
이들이 각개 약진키로 한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치적 공간이 열려서다. 또한 무당층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주간 단위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해 온 여론조사 결과에서 무당층은 최근 30%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해도 정당투표에서 10% 안팎을 득표하면 적게는 5~6석 많게는 10석 이상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다만 진짜 선거에 임하면 '무당층'이 중도 정당으로 가지 않고, 거대 양당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각각 ‘네트워크 정당’과 ‘플랫폼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시대전환은 사실상 비례대표 시장에서 중도층을 두고 직접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돈ㆍ조직ㆍ시간과 지역 후보가 부족한 이들에겐 불가피한 접근법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브랜드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대전환은 당의 구조를 인물·조직 중심이 아닌 의제 중심으로 짠 뒤 기본소득당ㆍ녹색당ㆍ규제개혁당 등과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가능성은 없나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2016년 5월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왼쪽부터 박주선(바른미래당),천정배(대안신당),안철수(국민의당),박지원(대안신당),김성식(무소속)의원.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2016년 5월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왼쪽부터 박주선(바른미래당),천정배(대안신당),안철수(국민의당),박지원(대안신당),김성식(무소속)의원.

중도 정당 탄생을 바라보는 기성정당들의 시선은 ‘무관심’에 가깝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지금은 중도·무당층이 모두 자기들 편이라고 믿겠지만, 조직ㆍ인물ㆍ비전의 실체를 인정받지 못하면 의미 있는 득표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이들이 다시 모이느냐다. 시대전환은 지난주까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통합 협상을 벌여왔고 국민의당과의 인적 고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옛 국민의당 출신의 한 인사는 “안 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호남계와, 바른미래당 탈당 과정에서 손 대표와 등졌다”며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전환의 이원재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퇴행적 시도인 ‘국민의당 2’는 결국 보수연합으로 흐를 것”이라며 "인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념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남 3당은 합당 합의문에 “당의 강령에 동의하는 청년 미래세대,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통합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내부엔 ‘청년세력의 실체가 있긴 하느냐’(최경환 대안신당 의원)는 냉소가 흐른다.  
 
임장혁ㆍ남수현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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