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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베일속 셋째는 아들? 러시아서 또 사간 백마의 '힌트'

중앙일보 2020.02.24 05:00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마(白馬)’. 
 

백마 구입은 사치품 수출 금지 제재 위반 가능성도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 등정에 올라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설산(雪山)에 새하얀 백마가 서 있는 장면 자체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데다, 육중한 체구의 김 위원장이 백마에 올라탄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은 국정운영의 중대 전환을 예고하는데 백마를 동원해 극적인 효과를 배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초 또 한 차례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랐고, 12월 말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열어 미국을 향해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연군 건설현장도 현지 지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연군 건설현장도 현지 지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아들 위한 백마, 작년 러시아서 사 갔다”

 
잠시 잊혔던 북한의 백마는 최근 러시아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러시아의 영자지 ‘모스크바 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자 4명이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종마 사육장에 찾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들을 위한 것’이라며 백마를 구매해갔다”고 보도하면서다.
  
이들이 구매한 백마 이름은 산사(Sansa). 지난해 러시아 전역에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세 살짜리 종마라고 매체는 전했다.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 4명은 몇 달 뒤 인근 종마 사육장을 또 방문해 ‘오를로프 트로터(Orlov Trotter)’ 품종의 백마 2필을 추가로 구매했다. 각각 이름이 드루즈바와 두브로브니크로, 2필의 가격은 총 2만3400달러(약 2900만원)였다. 오를로프 트로터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말 품종이자, 최고급 승마용 말로 알려져 있다. 200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한 것도 오를로프 백마였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사육장에서 '김정은 위원장 아들을 위한 것'이라며 구매했다는 종마의 모습. [모스크바 타임스 캡처]

북한 당국이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사육장에서 '김정은 위원장 아들을 위한 것'이라며 구매했다는 종마의 모습. [모스크바 타임스 캡처]

“김정은 백마도 2015년 러시아서 구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세관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산 순종마 12필을 7만5509달러(약 9000만원)에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당시 이 12필을 북한에 판매한 모스크바 소재 말 무역상인 마리아 안드레이레바를 인터뷰했다.
 
안드레이레바는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관계자가 처음 나를 찾아왔다”며 “북한 관리들은 최고의 백마들을 사기 위해 수년간 러시아 사육장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최종 계약이 이뤄졌다”며 “러시아 국영 및 사립 사육장 6곳에서 총 12필을 사 갔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이레바는 이 12필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전세기까지 마련했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평양으로 곧바로 수송됐다고 한다. 그는 “북한 당국자들은 매우 까다로운 고객(tough customers)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안드레이레바는 2015년에도 북한과 ‘말 거래’를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올랐을 때, 내가 2015년에 북한으로 보낸 오를로프 백마임을 한눈에 알아봤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공개한 사진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왼쪽)·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말을 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탄 말만 백마로, 김여정, 조용원 제1부부장이 탄 말은 회색 털이 섞여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공개한 사진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왼쪽)·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말을 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탄 말만 백마로, 김여정, 조용원 제1부부장이 탄 말은 회색 털이 섞여 있다. [연합뉴스]

 
1990년대부터 북한과의 말 무역에 관여해온 러시아 말 사육사 이고르 게르슈탄스키는 모스크바 타임스에 “북한의 러시아산 말 구입은 지난 3년간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7년 이래 북한에 오를로프 트로터 6필을 팔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세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0~2019년 러시아로부터 최소 138마리의 말을 58만4302달러(약 6억9438만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엔 19만2204달러(2억2841만원)를 들여 61마리의 말을 구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2017년 이후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 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어려워졌다”며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이너서클에 해당하는 간부들에게 줄 사치품이 마땅치 않자 러시아산 말로 대체하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가의 말 구매, 대북 제재 저촉 안 될까

 
러시아산 말의 가격은 통상 1마리당 수백만 원에서 10억원 이하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고가 품목이 대북 제재 그물망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까. 모스크바 타임스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말 등 가축은 제재 예외 품목이어서 북한으로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고가의 말을 가축으로 볼지, 승마용 사치품으로 볼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해석 권한이 있다”며 “대북 제재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제재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통해 사치품의 북한 반입을 금지했다. 여기엔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장비도 포함된다.
   
다만, 지금까지 북한의 러시아산 말 수입이 제재 위반으로 명시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대북 제재 이행은 회원국의 의지에 달려있다”며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고가의 말을 구입하는 건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의 친선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자녀는 2남 1녀? 

북한이 김 위원장의 아들을 위해 러시아산 백마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의 아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5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자녀들에게 핵 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5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자녀들에게 핵 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자녀는 국가정보원이 2017년 국회 정보위에 세 명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보위 관계자는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는 딸인 것으로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 또 그해 2월 부인 이설주가 출산한 셋째 자녀의 성별은 국정원이 불상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가 아들이라면 올해 네 살이 된다. 북한이 지난해 김 위원장 아들을 위한 것이라며 구입한 백마가 첫째가 탈 것인지, 셋째가 탈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이설주와 2009년께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북한에서 말은 강한 권력의 상징”이라며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김씨 일가가 백마 수입에 집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 시절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볐다고 선전해 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백마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공개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김 위원장 아들을 위한 백마를 구입한 게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이 대를 이어 백두혈통 승계를 진행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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