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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전염병 대책에 스며든 정치 논리

중앙일보 2020.02.24 00:41 종합 30면 지면보기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싱하이밍 중국 대사한테 “미국 같으면 중국 사람들 완전히 입국 차단하고 정치적으로 끌고 가지 않습니까. 우리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실효적으로 한다”(19일, 김어준씨와 인터뷰)고 말했다고 한다. 추 장관의 이 말에 탄식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겠다는 속 보이는 요설로 사람 염장을 지른 지 얼마 됐다고 자기 영역도 아닌 미국의 정책까지 평가하려 드는가 말이다. 동맹국은 내색은 안 해도 화가 났을 것이다.  
 

문재인·추미애·박능후의 닮은꼴
중국인을 한국 주권자보다 중시
하늘의 뜻 거스르다 망할 수 있어

추미애의 말은 틀렸다. 중국인의 입국 차단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친중이나 반중을 가리지 않고 많은 나라에서 취해졌다. 미국·러시아·대만·싱가포르·베트남 등, 심지어 북한도 그 정책을 썼다. 정치적으로 끌고 간 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한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중국 1위에 이어 육상 확진자 숫자 세계 2위의 위험한 나라로 전락했다. 패색이 짙어져 가는 총선 정국을 시진핑의 방한과 중국 도움을 받아 북한 금강산 관광으로 돌파하겠다는 정치 논리가 이 정부의 방역 정책에 스며든 게 아닌지.
 
그래서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다.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20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전달한 충정 어린 발언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중국 정책에 대못을 박았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전면적인 중국인 입국 금지를 취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대통령의 중국 충정을 훼손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의 어느 기관도 객관적인 정보와 전문적인 지식에 따라 중국 인민의 유입 중지를 꺼내지 못할 것이다.
 
당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렇다. 그는 “내국인 감염원자가 더 많기에 특정국 사람들을 제한하는 건 옳지 않다”(21일, 정례 브리핑)고 했다. 현재 중국에서 하루 입국자가 약 4000명이고 그중에 1000명이 내국인인데 중국 관광객보다 내국인에 의한 감염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박 장관의 얘기는 중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려면 내국인의 귀국부터 중지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주권자를 배신한 해괴한 소리다.  
 
중국인의 한국 입국 제한은 주권자이자 세금 납부자인 한국인이 자기 영토로 귀국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문제다. 박능후가 시진핑의 인민들을 납세자이자 우리 헌법에 의해 배타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한국인과 동일한 셈법으로 계산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중국인을 한국의 주권자보다 중시하는 듯한 고위 관료들의 빗나간 대민관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처음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주석한테 시도 때도 없이 “중국의 통 큰 꿈을 보았다” “한국은 작은 나라, 그 꿈에 함께할 것” “한국과 중국은 운명공동체”라고 말하는 환경에서 생긴 현상이다.
 
신종 전염병은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가 확연하지 않아 아직 인간의 컨트롤 바깥에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교만에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늘의 일에 대해선 인간이 겸손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 복지부 장관이 특정 이념 취향이나 정치적 목적에 집착해 하늘의 일에 손을 대려 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망하고 따르면 산다(逆天者亡 順天者存)”라는 중국의 옛말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전염병은 전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금기를 정해 놓고 대응하면 안 된다. 세월호 사건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석연치 않은 7시간이 문제가 됐다. 코로나19 사건에선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석연찮은 출입국 관리에 의문을 품고 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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