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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다시 찾아온 어려움

중앙일보 2020.02.24 00:22 종합 27면 지면보기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오랜만에 만난 분이 하고 온 마스크가 낯설지 않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조건반사와 같이 손을 내밀려니 요즘은 악수하지 않는 것이 예절이라는 답이 나와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식사 전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습니다. 화장실 거울 위 붙어있는 포스터 속 ‘#손바닥#손등#손가락#손톱밑#손씻기#30초’라는 문장을 따라하며 한껏 거품을 내어 손을 씻습니다. 온수가 나오지 않는 세면대에서 미끈미끈한 세정제를 씻어내는 짧은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간 차가운 물만 나오는 곳에 가면 꾀를 부리고 제대로 씻지 않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단 기억이 떠오릅니다.
 

코로나 불확실성에 커지는 공포
우리의 지능은 부족한 지식에서도
지혜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어

거울 위 포스터가 올라와 있는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에 “30초가 정말 길다”는 글이 보이자 나의 생각이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아이에게 올바른 손씻기를 가르치기 위해 화장실에 30초를 재기 위한 알람 시계를 갖다 놓겠다는 이야기에 생일 축하 노래를 2번 부르게 하면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꿀팁이 추가됩니다. 10년 전 시어머니가 입원하셨을때도 병실에 비슷한 내용의 포스터가 있었다는 글에는 우리가 평소 지켜야 할 것들을 안 지키고 살아왔다는 반성이 댓글로 따라붙습니다.
 
바이러스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감염된 사람을 알아보고 접촉을 제한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미한 증상의 잠복기나 무증상 감염같은 여러 추측이 나오면서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니 막연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가장 평범한 곳에 가장 큰 공포가 자리잡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논리적 판단과 합리적인 대비가 가능하려면 입력의 정보가 정확해야 합니다. 전산학의 격언 중 하나는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입니다. 결함이 있는 정보를 넣으면 아무리 논리적인 기계일지라도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늘어나는 불안감은 생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당연한 반사작용입니다.
 
이러한 위기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게 합니다. 웬만한 일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해결하고, 해외 출장 역시 미루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합니다. 재택 근무로 일하는 방식을 아예 바꾼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직장내 회식도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전환이 빨라지며 금요일 저녁에서 목요일 점심으로 이동한 회식이 전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욱 줄어들며 고기집과 술을 파는 식당들의 생존이 걱정됩니다.
 
교류의 방식도 바뀝니다. 물건을 파는 곳에서 종업원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게 된 것 역시 최소한의 접촉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하는 키오스크마저 손으로 눌러야 하기에 바이러스의 매개가 될까 저어합니다. 것보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메뉴를 미리 정하고 가져오는 일만 하거나, 그마저도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인터넷 쇼핑으로 산 물건을 받는 것도 배달하는 분이 직접 전달하기보다 문 앞에 두고 가거나 택배함을 사용하여 사람끼리 만나는 것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간에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가능케하며 위기 속 생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일견 반가운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구의 다른 종과 비교해보아도 육체적으로 결코 강인하지 않음에도 지금껏 수 많은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살아남은 우리 인류는 같은 종의 개체들과 함께 있을 때 안온감을 느끼고 행복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러하기에 같은 종을 두려워하고 교류를 끊어야만 하는 상황은 불안감을 넘어 불행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근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의사 존 스노는 19세기 런던의 콜레라가 번지는 이유를 조사와 데이터를 통해 밝혀내고 예방에 공헌할 수 있는 논문을 저술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성과가 미생물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콜레라 균을 발견하기 30년도 전에 이루어낸 것입니다. 우리의 지능은 부족한 지식에서도 지혜를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만들어진 백신이 올 여름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해 보입니다. 유전체 분석과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지식을 더하고 전 지구적인 협력으로 도전하여 이 어려움을 빨리 극복하기를, 그리고 이겨낼 때마다 더욱 지혜로운 종으로 조금씩 더 진화하기를 소망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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