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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난 중국 일당 지배 체제의 민낯

중앙일보 2020.02.24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모든 질병은 과학의 대상이다. 과학이 과학이기 위해서는 과학의 3대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원인·결과로 설명하고, 예측하며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우한 폐렴(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의 발생 경로를 설명하고 감염 정도를 예측하며, 이에 따른 방역과 치유 여부를 밝히는 건 과학인 의학적 접근이다.
 

중국 ‘불편한 진실’ 보고되지 않고
자료의 은폐와 조작 서슴지 않아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과학의 학문적 수준이라 하겠다. 마치 기상대가 날씨를 예고·예측함에 있어 적중 여부는 과학으로서의 기상학의 수준에 따른 것처럼 말이다.
 
지난 연말 우한의 안과 의사였던 리원량(李文亮)은 온라인 메신저인 위챗 단체방에 “7명이 사스류 확진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3일 후인 1월 3일 중국 공안당국이 “사실이 아닌 의견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조사했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반성문까지 받아갔다. 그는 얼마 전 34세 나이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었다. 그리고 우한 시장 저우센왕(周先旺)은 TV에서 “지방정부는 (중앙) 허가를 받아야 (폐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 정치체제의 경직성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과학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대처하기보다는 후베이성 양회(정치협상회의와 인민대표대회)와 같은 정치 행사를 정치적으로 고려했다. 중국은 전국 양회에 앞서 매년 1~2월 지방 양회가 열린다. 후베이성 양회는 11일부터 개최됐고 대규모 연회도 예정대로 열렸다.우한 봉쇄는 후베이성 양회가 끝난 1월 23일에야 이뤄졌다. 코로나19에 대한 당국의 조치가 뒷북을 치는 꼴이 됐다.
 
초기부터 코로나19에 관한 실상은 은폐되고 보도는 통제됐다. 초동조치는 한 달이나 늦어 질병은 중증으로 진행됐고 감염은 우한 전역은 물론 국내외로 퍼졌다. 모든 질병은 초기 발견에 따른 진단과 치료가 골든아워인데, 중국 당국의 실기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낳고 말았다. 그런데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러스는 마귀(疫情是魔鬼)”라며 “마귀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고 했다. ‘바이러스를 마귀’라고 하니, 종교나 무술의 힘을 빌리겠다는 건가 싶어 실소가 절로 났다. 하기야 중국엔 홍수맹수(洪水猛獸·엄청난 재액(災厄)을 뜻함)란 말도 있긴 하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관료의 무지와 무능에 따른 헛발질도 문제지만, 상명하복이라는 공산당 일당지배 체제가 더 문제다. 이런 체제는 정치·사회 안정에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나 통계나 자료를 은폐하고 조작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천안문 유혈 사건과 체르노빌 원전 사건, 1990년대 말 북한의 대기근으로 인한 아사 문제도 하나같이 축소·은폐·조작되었다. 일당지배 체제에서는 지도자의 인식과 대응은 합리성이나 합법성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이고 고압적이라 ‘불편한 진실’은 보고가 쉽지 않다.
 
중국은 G2(주요 2개국) 국가라고 한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만 보면 그럴 만하다. 그러나 정치는 후진적이다. 그건 일당지배 체제에 연유한다. 물론 효율성이나 일관성과 같은 체제적인 장점도 없지 않지만, 일당지배 체제 아래서는 자유와 평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권과 언론은 뒷전이다. 기본 가치들은 쉽게 묵살되고 파기된다. 지금 우한 폐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는 인권이나 인도주의 시각에서 볼 때,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가 하면 폐렴 실상을 알리려는 사람들을 ‘괴담 유포자’로 감금하거나 실종시킴으로써 중국의 민낯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G2 국가의 참모습이 저런 것인가, 보는 이의 마음은 씁쓸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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