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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의 미래를 묻다] 세상에 완벽한 자율주행차는 없다

중앙일보 2020.02.24 00:12 종합 20면 지면보기

인류는 언제 운전에서 해방될까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연 모습. 운전자의 평소 습성에 맞춰 가·감속을 한다. 자율 주행 3단계인 ‘부분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한다. [사진 현대차]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연 모습. 운전자의 평소 습성에 맞춰 가·감속을 한다. 자율 주행 3단계인 ‘부분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한다. [사진 현대차]

영화 속 미래 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운전사 없이 혼자 움직이는 자동차다. 헨리 포드가 포드 ‘모델 T’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1920년대에 이미 인간은 자율주행을 꿈꿨다. 25년 프란시스 후디나라는 발명가가 운전사 없는 무선조종 자동차로 뉴욕 맨해튼을 질주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정도였다.
 

전방 주시 태만 같은 오류 없지만
인간보다 추론 능력 떨어지는 AI
사람은 안 냈을 사고 일으킬 수도
5G 통신 등과 융합해 해법 찾아야

눈에 띄는 진전은 2005년 이뤄졌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그랜드 챌린지’였다. 구절양장 산길과 절벽, 좁은 터널이 있는 네바다주 모하비 사막의 240㎞ 험로를 23대의 자율주행차 가운데 5대가 완주했다. 고무된 전문가들은 인간 운전자와 유사한 정도의 자율주행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센서 기술 등의 제약으로 기대는 곧 벽에 부닥쳤다.
 
새 희망은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제시됐다. 패기에 찬 독일 엔지니어들이 청사진을 내놨다. 스마트 센서를 장착한 차량을 인터넷과 대형 컴퓨터(클라우드 서버)에 연결해, 컴퓨터가 원격 조정하듯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 뒤 영상 인식에서 인간을 추월하기 시작한 ‘딥 러닝’ 기술이 더해지면서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리란 기대가 높아졌다.
  
계속 미뤄지는 자율차 상용화
 
이런 추세에 발맞춰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리더들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까지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앞다퉈 야심 찬 자율주행차 상용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2018년 부분 자율주행차(용어설명 참조), 2020년 고도 자율차, 2025년 완전 자율차를 양산한다”고 선언했다.
 
불행히도 계획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일러도 2030년 이후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기도 한다. 더딘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①글로벌 기업들이 계속 자율주행차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②대중화는 왜 더디고 어려운가. ③언제쯤 대중화될까.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자율주행이 제공하는 엄청난 산업적 기회와 사회적 편익이다. 자율주행시대에 인간은 운전에서 벗어나 그 시간을 새로운 가치 창출에 쓰게 된다.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 사회적 비용이 크게 절감되며, 급격히 증가하는 노년층에게 완벽에 가까운 이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 유통업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창출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지만, 상용화는 더디기만 하다. 사고의 위험성, 그리고 자율주행차가 일으키는 사고를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추구하는 궁극적 기술 목표가 안전·편의·친환경인 만큼, 자율주행은 종종 안전 또는 ‘무사고 자율주행’을 의미하게 됐다. 도전적인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안전 차량의 대명사 격인 볼보는 ‘무사고 차량’의 개발을 궁극 목표로 표방해 왔으며, 이를 자율주행차로 달성하려고 한다. 자율주행차를 지지하는 많은 기술 애호가들 역시 자율주행을 통해 무사고 교통 서비스를 성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운전자의 주의 태만이나 판단 착오와 같은 인적 오류를, 고성능 센서를 장착한 기계 지능을 통해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중요한 전제를 필요로 한다. ‘인간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도 사고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기계 지능을 인간의 감각·직관, 경험·추론 능력에 필적하게 하는 것은 여전히 힘겨운 일이다. 패턴 인식에 탁월하지만, 추론에 취약한 딥러닝 기술로는 필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고 0 자율주행차’를 기다려서는 상용화를 이룰 수 없다. 오히려 무결한 안전 자율주행을 포기해야 비로소 자율주행차의 보편화를 누릴 수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실체가 초창기부터 과장됐으며, 기대가 상당히 부풀려졌음을 의미한다.
  
자율차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200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그랜드챌린지’에서 우승한 자율주행차 ‘스탠리’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DARPA 홈페이지]

200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그랜드챌린지’에서 우승한 자율주행차 ‘스탠리’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DARPA 홈페이지]

우리가 일단 받아들여야 할 점은 ‘자율주행차라도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드물지만 ‘인간이라면 회피할 수 있는 사고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불완전한 자율주행차라도, 제러미 밴덤의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유익을 제공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차가 완벽해지기를(사고 확률 0) 기다리는 것보다, 불완전한 자율주행차라도 빨리 보급하는 게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예컨대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10% 낮은 상황에서 시장에 도입하면, 약 50년에 걸쳐 희생자가 11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점을 받아들여 불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나 유가족이 수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보상 책임은 누가 지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수용은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논외로 치고 보상을 살펴보자. 가장 큰 쟁점은 사고 책임을 차주가 지느냐, 제조사가 지느냐이다. 차주가 책임을 진다면 초창기에 보험료가 매우 비쌀 것이며, 그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율주행차 사용을 기피할 것이다. 제조사의 기술적 결함을 차주가 부담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 그와 달리 책임이 제조사의 몫이라면, 제조사의 부담이 너무 커서 초창기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사고 책임과 보상 문제는 어찌 되든 양쪽 모두 자율주행차 보급과 상용화에 적신호다. 자동차 제조사와 보험사, 정부와 입법부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를 다시 사회가 수용하고 산업화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의 보급은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앞당기는 방법은 자율주행차 사고의 빈도와 보상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해법은 있다. 개별 차량 기술이 아니라, 5G 기반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컴퓨팅, 도로 인프라를 연결하는 ‘연결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자율자동차 센서가 감지할 수 없는 위치의 장애물이나 신호등 상태를 알려줘 사고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사고 책임 관련 비용이 떨어질 때, 자율자동차의 보급에 불이 댕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연결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 구축돼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지금껏 전망은 계속 늦춰져 왔다. 이젠 2030~2035년이란 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좀 낙관적 관측이 아닐까 한다.
  
용어설명
자율주행 발전 5단계  
 
자율주행은 사람 대신 차량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알아서 하느냐에 따라 5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발만 떼는 수준이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첨단크루즈컨트롤(ACC) 등이 이에 해당한다. ▶2단계는 손까지 뗀다. 차선 유지 시스템 같은 것이다. 하지만 눈까지 뗄 수는 없다. 항상 신경 쓰며 언제든지 직접 운전할 태세여야 한다.
 
▶3단계(부분 자율주행)는 특정한 상황에서 눈까지 떼고 운전을 아예 차량에 맡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는 운전을 차량이 알아서 하도록 하지만, 인터체인지를 나와 도시에서는 반드시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3단계인 부분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이 ▶4단계(고도 자율주행)에 이르면, 드물게 마주하는 특수한 상황 말고는 차량이 전적으로 알아서 운전한다. ‘여기선 못하겠으니 주인님이 운전해 주세요’라고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기는 판단도 차량의 몫이다. ▶5단계(완전 자율주행)에서 인간은 아예 운전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런 완전 자율주행차에는 페달도, 운전대도 필요 없다.
◆홍성수 교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 권위자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이며 한국자동차공학회에서 부회장 겸 자동차반도체 및 소프트웨어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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