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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 뛰쳐나와 힐링템 창업…200억 대박낸 ‘찐공대’

중앙일보 2020.02.24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메디테라피 이승진 대표(왼쪽)와 이한승 대표가 서울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메디테라피 이승진 대표(왼쪽)와 이한승 대표가 서울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이한승(38), 이승진(38) 동갑내기 공동 대표가 2017년 세운 메디테라피는 힐링과 뷰티·건강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회사다. 발바닥에 파스처럼 붙이면 페퍼민트·쑥 추출물 등이 땀과 노폐물을 흡수해 피로를 풀어주는 일명 ‘200억 발 패치’로 유명하다. 이 제품은 2018년 출시 이후 2년도 안 돼 1500만 장 이상 팔렸고 덕분에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274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메디테라피 이한승·이승진 대표
첫 사업 실패 뒤 신용불량자 전락
보던 책 팔아 생활비, 3전4기 도전
발패치 출시 2년도 안돼 1500만장

“이승진 대표는 산업공학과고 저는 금속공학과예요. ‘찐공대’(진짜 공대의 강조말)들이죠. 처음엔 도대체 누가 이런(힐링 분야) 물건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이한승 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장에선 내 지식이나 기술보다도 소비자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깨달았다”며 웃었다.
 
대학시절(연세대) 친구인 두 사람은 제대 후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직장에 취직했다. 이한승 대표는 현대제철에, 이승진 대표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한승 대표는 충남 당진제철소 제강공장과 영업본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승진 대표는 삼성의 핵심인 스마트폰 상품 전략을 담당했다.
 
온라인서 ‘200억 패치’로 입소문 난 메디테라피 발바닥 패치. 이소아 기자

온라인서 ‘200억 패치’로 입소문 난 메디테라피 발바닥 패치. 이소아 기자

“저희 다 흙수저에 가까웠어요. 돈 많이 벌고 대기업에서 사장도 되고 싶었죠.”
 
하지만 조직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이승진 대표의 경우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인 C랩 공모전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번번이 사업과제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한승 대표 역시 “주니어들에겐 자율이 없고 조직 문화는 답답했다”고 대기업 시절을 평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스타트업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미국 벤처 투자회사들의 사례를 연구하며 창업의 꿈을 꿨다. 처음 3~4년은 각자 다른 길을 걸었다. 이한승 대표는 대출을 받아 애견카페 두 곳을 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애견카페는 매출이 부진했고 이 대표는 난생처음 신용 불량자가 됐다. 알라딘에 책을 팔아 생활비를 댔다. 유튜버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아이템을 시도했던 이승진 대표 역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두 친구는 2017년 8월 창업을 결심했다. 자본금 2000만원이 전부였지만 투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 답은 투자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인터넷에서 검색량과 후기 개수, 제품에 대한 평점 등을 기준으로 소비자의 흔적을 이 잡듯 뒤졌다. 그 결과 피로 완화에 도움을 주는 발바닥 패치 검색량이 3만 2000개를 훌쩍 넘는 것을 발견했다. 타깃이 정해진 뒤엔 소비자 불만 사항을 분석해 부산의 한 공장과 협업해 기능을 보완하고 개선해 새로운 발바닥 패치를 만들어냈다. 이승진 대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힐링과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우리에겐 시장의 니즈(수요)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테라피는 제품의 영상이나 이미지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이를 본 사람들이 클릭해 구매로 연결되는  ‘미디어 커머스’로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물건을 발견한 뒤 필요성을 느껴 구매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개 판매가 아니라 자사 브랜드로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한승 대표는 “치고(판매하고) 빠지고(그만두고)를 반복하며 돈을 버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믿고 계속 찾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한순간도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연봉이나 출세도 중요하지만 만약 다른 일이 내게 동기부여가 된다면 참지 말고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세요. 힘든 것마저 즐기면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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