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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못 쓰고 손 소독제만···성매매 집결지, 코로나 공포

중앙일보 2020.02.22 14:00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1년 전 이맘때 인천의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 빈 업소들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등을 짓는 숭의1구역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진행되면서다. 오래가지 않을 듯했던 성매매 종사자들과 조합 간 다툼은 1년을 넘겼다. 여성들은 허허벌판 속 옛 성매매 업소 ‘4호집’에 남아 조합과 미추홀구청에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매일 미추홀구청 앞에서 24시간 1인 시위도 한다. 영업은 지난해 5월 접었다. 

[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29>

 
최근 조합이 4호집에 사는 성매매 여성들과 주방 이모 등 4명을 상대로 낸 해당 건물명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여성들은 더한 벼랑 끝에 몰렸다. 인천지방법원 민사9단독 이해빈 판사는 지난 14일 건물을 조합에 인도하라고 여성들에게 명령했다. 부부인 A·B씨 등 전 건물주 3명은 2018년 조합에 이 건물의 소유권을 넘겼다.    
 
부부는 2001년 6월부터 건물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을 받아 지난해 9월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여성들이 성매매 영업하는 것을 알면서도 일정한 돈을 받고 건물을 임대한 혐의도 있다. 부부는 이 건에 관해 정식 재판을 요청해 소송 중이다. 
 
인천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 업소들이 철거되고 4호집만 남았다. 성매매 종사자들과 조합 간 이주대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모습. 최승식 기자

인천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 업소들이 철거되고 4호집만 남았다. 성매매 종사자들과 조합 간 이주대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모습. 최승식 기자

 

조합과 명도 소송, 성매매 목적 쟁점

 
재판의 쟁점은 성매매 등을 목적으로 한 임대차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여성들은 A씨 부부 등이 건물주이자 포주라고 주장하면서, 이들과 2010년 임대차계약을 했고 아직 만료되지 않았으므로 조합이 건물 인도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여성들은 이 건물에 살면서 배관·물탱크 교체비, 옥상 수리비 등을 지출했는데 이를 담보로 유치권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조합 측은 실제 임차인이 다른 사람이며 여성들과의 임대차계약은 체결된 바 없다고 맞섰다. 이어 임대차계약이 성립한다 해도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임대차계약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와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반사회질서적인 동기가 상대방에게 알려진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보는 것이 옳다”며 조합 손을 들어줬다. 이어 “여성들이 건물에서 성매매 영업과 더불어 거주해왔다는 사정만으로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정관영 변호사(로데이터 대표)는 “실질적 임대차계약 관계가 있는데 조합이 성매매 목적이라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보다 건물주·포주의 처벌 수위가 더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여성들도 불법을 저질렀지만 건물주·포주의 불법 정도가 더 크다”면서 “불법인 것을 알면서 임대료를 받고 성매매 알선을 해놓고 이제 와 쫓아내듯 나가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철거되기 전인 지난해 1월 인천의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 최은경 기자

철거되기 전인 지난해 1월 인천의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 최은경 기자

 

건물 인도 명령에 여성들 “항소”  

 
또 여성들은 당시 건물주·포주들이 가족 등 지인의 이름을 빌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며 조합에 이주비를 요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관해 조합 측은 “이 여성들은 정상적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낸 세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합원이 730여 명인데 그 가운데 포주는 없으며 그들의 친인척이 참여했는지까지 일일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당장 살 곳 걱정부터 해야하는 처지다. 지난 13일 오후 옐로하우스 주변은 더 을씨년스러웠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쳐 더 음울한 모습이다.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성매매 지역 특성 상 전염병이 돌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옐로하우스는 모두 헐리거나 문을 닫았지만 골목 너머 중구에 있는 업소 몇 곳은 아직 영업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으며 향후 도로로 개발될 예정이다.
중구 업소의 한 종사자는 “신종 코로나가 터진 뒤로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렵다”며 “예전에 10명 올 동안 단골 2~3명만 온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훨씬 타격이 크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닥치면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성매매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영업을 위해 마스크를 하지 못한다. 자비로 마련한 손 소독제만 사용하고 있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40대 여성은 “당연히 감염될까 불안하지만 방세도 못 낼 형편이라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나온다”며 “요즘은 앉아있다가 그냥 들어가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전주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모습. 전주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이 지역을 서서히 예술촌으로 바꿔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모습. 전주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이 지역을 서서히 예술촌으로 바꿔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갈 곳 없는데 코로나 감염 불안까지”

 
지역 보건소에서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인천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시내 곳곳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지만 옐로하우스 업소는 음식점이나 유흥업소로 등록된 곳이 아니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메르스·신종코로나 같은 대규모 감염병과 관련해 성매매 집결지나 유흥업소를 특별관리하는 지침은 없다. 하지만 집결지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나선 곳도 있었다. 전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선화촌에 마스크 약 300개씩과 살균제, 방역장비 등을 공급했다. 
 
성매매 업소 종사자는 평소에도 성을 매개로 한 감염병에 전염될 위험이 있다. 여성들 역시 이에 대한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 30대 옐로하우스 여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병에 걸린지 알 수 없으니 피부병이 심하거나 기침을 많이 하면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병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를 손님이 폭력적으로 거부할 경우 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늘진 곳에 대한 당국의 외면이 감염병의 사각지대를 방치할 우려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옐로하우스 여성은 “과거에는 관할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산부인과 검사, 3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를 했다”며 “30~40명 정도 검사하면 3~4명 정도 성병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2004년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점차 보건소 검진 횟수가 줄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예 없어져 여성들이 개별적으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에서 종로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에서 종로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주시, 선미촌에 마스크 등 지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성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종사자의 건강진단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는 관련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처럼 성매매 종사자 검진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지역마다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전주시는 현재도 3개월에 한 번씩 방문 검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거부하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이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홍보물을 전하고 평소 종사자들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독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 미추홀구 관계자는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생기기 전에는 방문 검진도 하고 집결지가 있는 지역마다 성병 전담 요원이 있어 검진을 독려했지만 법 시행 이후로는 성매매 방지가 공식화돼 직접 관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성매개 감염병 관리 지침에 따르면 1962년부터 윤락녀, 접객부 등의 정기검진이 이뤄졌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진단 수첩제 폐지(1999년), 성매개 감염병 건강진단 대상자 등록관리제도 폐지(2010년) 등으로 바뀌어왔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 1962년 생겨난 이곳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업소 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매매 업소 여성 등 30여명은 갈 곳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불상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이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그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옐로하우스 비가(悲歌·elegy)’에서 그 목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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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하우스 비가’ 1~28회를 보시려면 아래 배너를 클릭해 주세요. 클릭이 안 될 시 https://news.joins.com/Issue/11161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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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최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