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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팔 무쇠팔로 재생, 류현진·오승환 강속구도 되살려

중앙선데이 2020.02.22 00:02 674호 28면 지면보기

[J닥터 열전] 김진섭정형외과 김진섭 원장

김진섭 원장의 진료실은 작은 야구장이다. 부상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복귀 후 자신의 유니폼·싸인볼·배트 등을 그에게 보낸다. 신인섭 기자

김진섭 원장의 진료실은 작은 야구장이다. 부상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복귀 후 자신의 유니폼·싸인볼·배트 등을 그에게 보낸다. 신인섭 기자

야구 투수의 팔은 ‘보물’이다. 팔이 곧 선수 생명이다. 그렇지만 늘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감당하기 버거운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어깨부터 팔꿈치·손목까지 전달된다. 그러다가 뼈와 근육에 힘을 전달하는 힘줄·인대가 너덜너덜해지다 끊어져 팔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하기도 한다. 투수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끊어진 인대 잇고 새 인대 덧대
더 견고하게 하는 ‘토미 존 서저리’

동양인 체격에 맞는 수술법 고안
원조 미국보다 복귀 성공률 높아
비선수 출신 KBO 기술위원 활약

김진섭정형외과 김진섭(59) 원장은 부상 당한 스포츠 선수의 부활을 돕는 의사다. 흡사 포뮬러원(F1) 경주용 자동차의 수명 다한 부품을 교체하는 피트스톱과 같다고 할까. 김 원장은 국내 스포츠의학 치료·재활 분야의 권위자다. 류현진·오승환 등 내로라하는 투수가 그의 손을 거쳐 재기에 성공했다.
  
재활 오래 걸려도 신체 기능 회복에 집중
 
스포츠 의학은 질병 치료와 결이 다르다. 단순히 신체 기능을 복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치료·재활 후 경기력이다. 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면 그대로 은퇴해야 한다. 김 원장은 “예전에는 유망한 선수가 다쳐 방황하다 경기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어둠은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짙다. LA다저스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옮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그렇다. 류현진은 2004년 인천 동산고 2학년 때 팔을 다쳤다. 시련의 시기에 그를 도운 건 김 원장이다. 끊어진 인대를 튼튼하게 연결해 높은 데서 힘 있게 뿌려 ‘언터처블(손댈 수 없는)’로 불리는 류현진만의 투구를 완성했다.
 
마운드에서 흔들림 없이 승리를 지키는 돌부처 오승환도 2001년 단국대 재학 시절 누적된 잔 부상으로 심해진 팔 통증을 치료하려고 김 원장에게 수술을 받았다. 공만 던지면 팔이 아파 투수로서의 존재감이 점점 잊히던 시점이었다. 오승환은 우직하게 재활에 매진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려 본래의 구속을 회복했다. 다시 공을 던졌을 땐 팀 핵심 전력으로 단국대 추계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돌부처 신화의 시작이다.
 
김 원장은 공부를 잘해 의대로 진학했지만, 야구를 좋아했다. 젊은 시절엔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매주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던지면서 시간을 보내 야구광이 됐다. 공을 던지는 투구 폼이나 여러 변화구마다 공을 쥐는 방식 등 야구 이론만큼은 야구 감독·코치만큼 잘 안다고 자부한다. 여기에 왜 다치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고민하다 야구 메디컬 전문가가 됐다. 야구 정규시즌 개막을 한 달 정도 앞둔 요즘엔 동계훈련에서 다친 이들이 그의 진료실을 찾는다.
 
스포츠 의학이 일반 치료와 다른가.
“치료 목표가 다르다. 일반인은 끊어진 인대를 연결하는 봉합만으로도 충분하다. 식사·운전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 치료도 여기서 마무리된다. 스포츠 선수는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시합에 나갈 만큼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스티커를 붙였다 떼면 접착력이 약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치료·재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체 기능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
 
야구에서 어느 포지션이 많이 다치나.
“팔을 많이 쓰는 투수다. 끊어진 인대를 연결하고 여기에 새 인대로 한 번 더 덧대주는 식으로 치료한다. 새 인대가 망가진 인대의 역할을 대체해 다시 강속구를 던질 수 있게 된다. 바로 ‘토미 존 서저리(Tommy John surgery)’다. 1974년 LA다저스 좌완투수인 토미 존이 최초로 이런 방식으로 치료하고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이후 팔꿈치 인대가 끊어진 투수는 공식처럼 이 수술을 받는다. 바느질할 때 겹쳐서 박으면 더 견고해지는 것처럼 팔이 공을 던질 때 가해지는 강력한 힘을 견딜 수 있다.”
 
김 원장은 스포츠 의학 태동기인 1990년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2년 동안 연수를 받는 동안 이 치료법을 고안한 프랭크 조브 박사를 찾아가 토미 존 서저리를 직접 배웠다.  
  
현장에서 먼저 인정 … 복귀 성공률 97%
 
부상은 몸을 평소보다 격렬하게 움직였다거나 운이 나빠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어릴 땐 빠른 성장 속도에 주의해야 한다. 이 시기 몸을 혹사하면 어깨의 성장판이 벌어지면서 손상된다. 성장판이 저절로 붙을 때까지 쉬면 된다. 훈련하지 못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김 원장은 “어깨의 성장판이 조금씩 늘어나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신체 골격이 완성된 고등학생 때부터는 팔꿈치 힘줄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야구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 시작한다. 프로에 입단했을 땐 10년 이상 공을 던져 팔을 혹사한 상태다.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어 이어붙여도 잘 낫지 않는다. 토미 존 서저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성공적으로 재기하는 비율이 미국보다 한국이 높던데.
“그렇다. 일반적으로 토미 존 서저리의 수술 후 복귀율은 평균 85%다. 토미 존이 수술을 받을 당시엔 5% 정도에 불과했다. 수술법이 개량·발전하면서 복귀율이 높아졌다. 원조 격인 미국 조브 스포츠의학 클리닉은 93%, 우리 병원은 97%다. 세세한 방법적 차이 덕분이다. 팔꿈치 뼈에 여러 개의 구멍을 내고 새로운 인대를 통과시키던 수술 방식은 체격이 작은 동양인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봤다. 나만의 방식으로 바꿨다. 새로운 인대가 통과할 구멍을 좀 더 안쪽에 작게 만들고, 봉합에 더 신경 쓴다.”
 
지난해 비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KBO(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에 위촉됐다.
“스포츠 의학의 강점을 현장에서 먼저 인정한 것으로 본다. 현대 야구는 데이터 싸움이다. 선수의 경기력 관리도 그렇다. 좋은 경기는 몸 상태가 뒷받침돼야 한다. 야구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할 때 의학적 관점에서 선수 개인의 체력, 염증 수치, 부상 정도 등을 객관적 수치로 분석해 추천한다.”
 
김 원장은 부상을 막는 것보다 경기력 향상에 집중한다. “다칠까 봐 불안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던져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격려하죠.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생기더군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부상은 막을 수 없다. 김 원장의 손길도 그만큼 바빠진다. 예전엔 팔꿈치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토미 존 서저리를 두세 번 받고 10년 이상 계속 공을 던진다. 김 원장은 “기량이 우수한 선수가 한순간의 부상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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