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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에게 욕 먹는 농구천재, 이유는?

중앙일보 2020.02.20 17:33
1992년생 장톈제(张天杰)는 랴오닝(辽宁)성 선양(沈阳)에서 태어난 중국 토박이이다. 집안 사정 때문에 일본으로 넘어간 후, 농구선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중국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장톈제(张天杰), 일본으로 귀화 후, 텐케츠 하리모토( 張本天傑) 로 개명했다. [사진 張本天傑 공식트위터]

장톈제(张天杰), 일본으로 귀화 후, 텐케츠 하리모토( 張本天傑) 로 개명했다. [사진 張本天傑 공식트위터]

운동선수 집안 출신

장톈제의 아버지는 랴오닝성 소속의 운동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은퇴할 수 밖에 없던 불운의 사나이다. 어머니도 운동선수 출신으로 랴오닝성 여자 배구팀에 속해 있었다. 할아버지 역시 출중한 실력을 갖춘 농구 코치이다. 문자 그대로 ‘운동선수 출신’ 집안의 자제로, 운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셈이다.
 
장톈제는 부모를 닮아 운동에 열정적일 뿐 아니라 신체 능력도 빼어났다. 8살 때 신장은 무려 160cm로 또래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대했다. 키가 큰 장점 덕분에 어머니는 배구선수로 아들을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천부적으로 배구에는 재능이 없어 지지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장톈제의 할아버지는 당시 농구 코치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장톈제의 우월한 신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직접 손자에게 농구를 가르쳤다. 가족의 노력에 하늘도 감복한 것일까. 할아버지의 예상대로 농구에서 장톈제의 빼어난 실력을 뽐냈다. 몸담고 있던 어린이 스포츠팀에서 가장 출중한 실력으로 주장을 맡게 된 것이다.
텐케츠 하리모토(중국이름, '장톈제; 张天杰') [사진 진르터우탸오]

텐케츠 하리모토(중국이름, '장톈제; 张天杰') [사진 진르터우탸오]

부모님의 현역 은퇴 후, 일본으로 이민

하지만 부모님의 스포츠계 은퇴 후, 2003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장톈제의 부모님의 일본에 중국 식당을 개업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부모님을 따라간 장톈제는 일본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쳤다. 학창시절에도 교내 농구부에 적을 두고 실력을 착실히 키웠다.
 
학교 청소년 농구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장톈제는 2008년 성공적으로 일본 국적으로 변경했다. 이름도 본래 이름에 한 자 더 붙여 ‘텐케츠 하리모토(Tenketsu Harimoto; 張本天傑)’로 바꿨다. 이 때부터 일본 농구선수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일본 청소년팀에 합류하여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공식적으로 본인이 ‘일본으로 귀화한 중국 농구선수’임을 밝힌 해이기도 하다.
왼쪽이 텐케츠 하리모토(Tenketsu Harimoto; 張本天傑) 선수이다. [사진 FIBA 공식홈페이지]

왼쪽이 텐케츠 하리모토(Tenketsu Harimoto; 張本天傑) 선수이다. [사진 FIBA 공식홈페이지]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이름 알려…6년 후 일본 대표팀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청소년팀에서 활동하다 2010년, 도쿄의 명문사립대 중 하나인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日本青山学院)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일본의 유명 농구선수를 대거 배출한 명문대로 알려진 곳이다. 이후 2014년에 일본인으로서 일본팀 유니폼을 입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장톈제의 티핑 포인트가 된 시기이다. 당시, 일본팀이 중국팀을 물리치며 게임의 막을 내렸는데, 장톈제의 활약이 돋보였다.

일본 귀화에 후회 한 점 없다.

인터뷰 중인 텐케츠 하리모토(중국이름, '장톈제; 张天杰') [사진 소후닷컴]

인터뷰 중인 텐케츠 하리모토(중국이름, '장톈제; 张天杰') [사진 소후닷컴]

아시안게임 덕분에 중국과 일본, 양국에서 장톈제를 주목한다. 시합 종료 후 인터뷰에서 “중국팀을 이겨서 매우 기쁘다(能够战胜中国队,我感觉非常开心!)”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국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계기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인터뷰이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한 점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지 묻자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일본으로 귀화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중국에 머물렀다면 분명 중국 국가팀에 합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본 귀화 후 농구선수로서의 실력은 나날이 발전했죠. 이곳은 공평합니다.
저는 일본의 모든 점이 좋습니다."
(我自己从来没有后悔过加入日本国籍,因为我在中国很可能进不了中国国家队的。
我从高中开始就归化日本,在日本的篮球道路发展的很好,这里很公平,我很喜欢日本的所有。
-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인터뷰 공개 영상 中 - )
왼쪽부터 만화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텐케츠 하리모토(중국이름, '장톈제; 张天杰') [사진 시나왕(新浪网)]

왼쪽부터 만화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텐케츠 하리모토(중국이름, '장톈제; 张天杰') [사진 시나왕(新浪网)]

 
아이러니 한 것은 일본으로 귀화한 본인의 선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은퇴 후에는 출생지인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점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일본팀에 속해 중국팀을 물리친 것을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은퇴 후에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니 그 어떤 중국인이 환영할까.
 
중국에서의 평판이 어떻든 현재 장톈제는 일본 나고야 다이아몬드 돌핀스 소속 선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득점원으로 평가 될 만큼 실력도 뛰어난 편이다. 젊은 선수층이 다수 분포되어 있는 이 팀은 전체적인 전력은 위협적이지 않지만 특유의 속도감 있는 플레이 덕분에 얕잡아 볼 수 없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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