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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소송 도중 정년돼 복직 불가···대법 “그래도 재판 기회 줘야”

중앙일보 2020.02.20 17:25
[일러스트=중앙포토]

[일러스트=중앙포토]

 
부당해고 여부를 놓고 회사와 소송을 벌이던 도중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법원으로부터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복직은 안 되더라도 해고 기간 중 받지 못한 미지급 임금은 받을 수 있는 만큼 법원이 판단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일방적 해고 후 “복직 대신 임금 달라”며 소송
소송 도중 정년돼 각하 판결
대법 “복직 불가능해도 법원이 판단해줘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일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하던 중 정년에 도달한 A씨에 대해 소의 이익이 없어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일방적 해고 통보 부당하다”며 소송 도중 정년 넘겨

 
2016년 7월 A씨는 잡지발간 및 공무원 교육사업 업체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회사로부터 근무 태만과 직원들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A씨는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2017년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복직 대신 “해고 기간 중 받지 못한 돈을 달라”며 금전 보장 명령을 구하는 구제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에도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A씨가 회사와의 소송 도중 정년에 도달했다는 점이었다. 해당 회사는 A씨와의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7년 9월에 만 60세를 정년으로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A씨는 이미 60세를 넘겨 복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1·2심 “명예회복이나 금전보상은 법률상 이익 아냐”

 
1심은 “2017년 10월 정년의 도래로 당연퇴직함에 따라 종전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거나 이를 대신하는 금전보상 명령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A씨가 구제명령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 법률상 이익이 없어졌다고 보고 재판을 끝냈다.  
 
재판부는 “A씨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유가 단순히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면 이는 법률이 아닌 사실상 이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고 기간 삭감된 임금을 받기 위해서라면 임금청구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도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해고 기간 중 삭감된 임금 지급도 구제제도의 목적”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 소송의 이익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부당해고 구제제도 목적은 지위 회복뿐 아니라 해고 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받도록 하는 데에도 있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서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받는 법률적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에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소송 이익을 인정해 근로자에게 구제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고 소송 중 근로관계가 끝났으면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 자체가 사라졌다고 본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를 뒤집었다. 종전 판결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부당 해고에 대한 구제를 받기 어려워져 부당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후 정년이 되거나 근로 계약 기간이 만료돼 복직이 불가능한 근로자들도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통해 해고 기간 삭감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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